두려움과 마주하다.
언제부터 앞날에 대한 불안함으로 내 발걸음은 무거워지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무언가 선택을 하는 것이 두려워지는 일들이 많아진다.
어쩌면 내가 선택했던 일들은 나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매일이 그저 평범하게 지금까지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살아온 시간들처럼, 피하고 싶었던 그런 일들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시간이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가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나는 두려웠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은 내가 선택하고 묵묵히 걸어온 날들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선택하는 삶이 두려워지고,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시간이 불안함으로 난 자신감도 없이 움츠려 들고 만다.
나는 두려웠다.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어둡고 막막함이 나는 두려웠다.
누군가 나에게 풀어야 할 숙제를 준 것도 아닌데, 난 무언가 풀어야 할 문제인 듯 답을 알 수 없는 삶이라는 시간에 놓여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두려움과 불안함에 무엇도 선택할 수도 없으며,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이 무섭고 두려워 무엇도 할 수 없이 움츠리고 있게 된다.
이전에 난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찾아 지금까지 왔는지, 그 과정에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선택과 후회 그리고 앞날에 대한 희망들을 이제는 잊어버리고 두려움에 선택할 수 없으며, 두려움과 무서움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난 무엇을 찾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난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것인데, 두려움과 무서움에 난 이전에 기억들이 흐려져 떠오르지 않는다.
흐르는 시간이 두렵다.
시간이 모두 멈추어 나에게 아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금에 난 자신감을 잊어버리고, 삶이라는 것이 두렵고 무섭기만 해서 시간이 지나는 소리마저 내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지나는 시간은 지금 나에게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처럼 들리며, 나를 감싸고 내 안에서 울려 된다.
내가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시간은 계속 흘러갈 것이고, 난 그 시간이 흘러도 지금 멈춰진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선택할 수 없는 두려움에 머물러 버리고 말 것이다.
어제도 난 이렇게 두려움에 머물러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 두렵게 느껴져 앞을 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는 순간에 난 삶이라는 것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지만, 보이지 않는 내 삶에 어디를 봐야 하는지조차도 구분하지 못하고, 머리 숙여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한숨만 내보내고 있다.
이젠 그 한숨마저 움츠린 나에게 무엇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아주 사소한 답답함마저 해결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는 것에 두려움으로 나는 멈추어진 곳에서 머물러 있다.
바람마저 두렵다.
무더운 날에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도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두렵다.
내 살결을 스쳐 지나는 것이 삶이라는 것에 아무런 선택도 하지 못하고 멈추어버린 곳에 머물러있는 나를 알 수 없는 곳까지 멀리 밀어내는 듯한 생각에 난 지금 불어오는 바람이 두렵게만 느껴진다.
바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나를 스쳐 지나는 것인데, 난 그 작은 스침에 내 몸이 흔들렸고, 지금 멈춰진 곳에서 어디론가 밀려나듯 멀어지게 만드는 것 같아 두렵다.
지금 멈추어진 자리에서 멀어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고 지금 이 자리를 다시는 찾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불어오는 바람이 두렵다.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 자신의 나약함이 두려운 것일 수 있다.
난 이곳을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을 알고 있다.
부는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내가 멈춘 이곳에서 멀어진다면, 다시 찾을 수 없다는 두려움에 어떻게든 견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를 스치는 바람과 마주해 흔들리는 나 자신에게 소리친다.
하지만 그 소리침도 내 안에서 내밀어내는 한숨에 가려져 들리지 않고 난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벗어나지도 못하고 난 바람과 마주하고 있다.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
바람을 마주하고 견디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젠 거센 파도가 멀리서 몰려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를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두려운데, 이젠 나를 향해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는 것을 스치는 바람이 알려주듯 느끼게 된다.
거친 파도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이전에 스치는 바람이 더욱 강하게 나를 흔들고 있다.
멀리서 나에게로 다가오는 거친 파도를 뚜렷하게 볼 자신이 없다.
스치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 자신이 두려웠는데, 바람마저 거칠게 만드는 거센 파도를 당당히 서서 두려움 없이 볼 자신이 없다.
나에게로 다가오는 거친 파도가 지금 흔들리는 나를 더 멀리 밀어내어 내가 멈춰있던 곳의 흔적마저 지워버릴 것 같아 그 파도를 볼 자신이 없다.
내가 멈춰 머물러 있는 곳에 흔적을 지우는 것이 두려워 거친 파도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고, 거친 파도에 떠밀려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곳까지 멀어질까 두려워진다.
내가 멈춰 서있던 곳의 흔적이 내가 사라지면 지워지듯 사라지겠지만, 나 자신도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고 거친 파도에 떠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두렵다.
이 모든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나를 향해 불어오는 스치는 바람과 거친 파도가 그냥 멈춰버리길 바란다.
내가 흔들리는 것이 두렵고, 내가 있는 흔적이 지워지는 것이 두렵고,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는 곳까지 멀어져 버릴까 두렵다.
난 거친 파도를 마주할 자신이 없다.
나를 스치는 바람도 나에게 거칠게 몰려오는 파도도 어느 하나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흔들리는 나 자신이 선택할 자신도 없고, 견딜 수 있는 자신도 없이 지금 멈춰진 자리를 지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선택할 방향을 찾는 것이 맞는 것인지 어느 하나 선택하지 못하고 그냥 지금 자리에 멈춰서 있다.
삶을 선택해야 한다.
불어오는 바람을 거슬러, 거치 파도를 거슬러 나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되어야 했다.
보이는 길을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삶이라는 길은 한 번도 어느 한순간도 보여지지 않았다.
내가 나를 믿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길이 되는 것이 삶이었다.
내가 믿었던 삶의 길이 날 힘들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삶의 길이 날 힘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믿었던 내 믿음이 흔들려 나를 힘든 길을 만들었던 것이었다.
내 믿음이 흔들려 스치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렸던 것이고, 그 흔들림이 두려워 거친 파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믿었던 나를 의심하지 말고, 삶이 내가 믿고 불어오는 거친 바람과 몰아치는 파도를 온몸으로 견딜 수 있다는 굳건한 나 자신을 믿어야 했다.
그 굳건함이란, 내가 삶이라는 길을 만드는 것이지 이미 만들어진 길은 가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길은 누군가 만들어 내가 원하지 않던 길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길은 내가 나를 믿고, 나에게 불어오는 거친 바람과 몰아치는 파도를 이겨낼 유일한 믿음의 시작은 내가 선택한 삶을 믿고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가끔은 보이지 않는 삶의 길 때문에 나 자신이 흔들리고 불안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것들이 충분하다 생각되지 않을 때, 그에 따른 대가가 충분하지 않을 때 난 과감하게 돌아서야 했다.
아쉬움에 이유도 분명하지 못한 미련으로 잡은 것을 놓지 못하고, 오랜 시간 붙잡고 있어서 후회와 좌절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금 하는 일이 충분한 이유가 없다면, 충분한 목적이 없다면 그에 따르는 대가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더 큰 상처를 받기 전에 더 큰 좌절을 경험하기 전에 마음에 소리가 사라지기 전에 난 포기해야 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결코 붙잡고 있는다고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그것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알 수 없는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이젠 내 안에서 울림이 찾아오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용기를 가지자.
너무 오래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 흔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보이지 않았던 길을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고, 보이지 않는 길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삶의 길을 여기까지 왔으니 흔들리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나를 믿어야 불어오는 거친 바람을 이겨낼 수 있고,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를 이겨낼 수 있다.
그 바람과 파도를 두려워 피하지 말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이겨내야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길을 나는 믿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두려움에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다.
감사해야 했다.
난 들어야 했다.
내게 남아있는 힘을 다해 들어야 했다.
내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그 소리에 울림을 감사해해야 했다.
그저 지나가는 소리가 아닌 내 안에서 나를 위한 그 소리를 들어야 했고 감사해야 했다.
어쩌면 지금도 늦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이제는 듣기 위해 귀 기울이며 들으려 한다.
그 소리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내 선택에는 누군가의 평가와 이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그것도 어려운 일이다.
나를 인정하는 것에 흔들림도 의심도 없어야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나를 응원하는 것에 진심이어야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용기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인정하고, 그렇게 응원한다면 나를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거친 파도에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질 것이다.
이겨낼 수 있고 견딜 수 있다.
어떤 어려움과 고통에서도 나는 견뎌낼 수 있다.
길이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꾸준함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믿음이 있어야 용기가 찾아올 것이다.
두려워 말아라.
누군가의 평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믿고 흔들리지 않는 것에서 길은 만들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