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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예비작가 Feb 19. 2024

바람의 길

마흔부터 다시 시작하기

난 눈앞에 펼쳐져 있는 길을 따라 거리를 걸어간다.

항상 사람들과 같은 누군가 만들어 준 길을 따라 내가 원하는 곳으로 그 길을 따라간다.

가끔은 모두가 그러하듯 가끔은 길을 잘 못 들어서면 길이 끝나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막다른 길을 마주하는 일도 있다.

난 하루에도 여러 번 내 마음과 상관없이 막다른 길을 마주하는 시간들이 많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어쩌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잃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잊어버려 길을 잃어버리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나는 처음 시작이 어디인지 알지만, 막힌 길 끝을 만나는 순간은 꼭 눈에 보이는 길이 아닌 내 안에서 내가 가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잊어버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뚜렷하지 않은 길

내 마음속에 나는 분명 첫걸음이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왜 방향을 잊어버리는 것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눈물을 흘리며 앞을 보려 하지만, 눈물에 앞이 가려 무엇도 뚜렷하게 볼 수 없다.

흘리던 눈물이 마를 때쯤 앞에 보이는 길을 돌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처음 시작한 곳으로 찾아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난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며, 무의미하게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어버린 채 눈물이 마른 지금 이 자리에 서서 무엇도 하지 못하고 있다.

분명 눈에 보이는 길이지만, 내가 어디로 가야 되는지 뚜렷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처음 시작한 곳을 찾아 돌아가야 하는지 내 마음이 결정하지 못한다.

흐르던 눈물은 마르고 앞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그 선명하게 보이는 길이 지금 나에게는 뚜렷하지 않은 앞날의 시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 두려워진다.

한줄기 빛줄기가 나를 이끌어 주듯 내 앞을 비춰주면 그 길을 따라가겠지만, 그 한줄기 빛줄기도 지금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나에게 그 무엇 하나 뚜렷하게 이끌어주는 것 없이 막다른 길에 서서 시간의 흐름도 모르는 체 뚜렷하지 않은 길을 보고 서있다.

나를 이끌어줄 한줄기 빛도 없는 길에 눈물이 마른 지금 멈춰서 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이 무엇 하나 뚜렷하게 보여진 것이 없을 것인데, 난 뚜렷하다 생각하며 분명하지 않는 앞을 보면서 지금까지 걸어왔다.

분명하지도 뚜렷하지도 않은 길을 잘 왔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 확신할 수 없는 시간 때문에 지금 난 조금 늦었지만 길을 잃어버린 것이고, 잃어버린 것이 길뿐만은 아니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놓쳐버린 것들로 그런 나에게 이젠 눈물이 흘러 앞을 뚜렷하게 볼 수 없는 순간이 되어버렸다.

난 이전에 내 삶을 잊어버리려 하지 않았다.

난 지금부터 내 길을 잃어버리려 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고 기억 속에서 지워져 나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바람이 찾아오다.

이런 나에게 눈물이 마른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나에게 찾아왔다.

지금까지 내가 기다린 것은 내가 따라갈 한줄기 빛이었지만, 그 빛줄기는 나에게 비추어 주질 않았고, 난 계속 그 빛줄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기다려도 비추어 주질 않는 빛줄기에 난 기다림에 지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눈물이 마른자리에 한 줌의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며 지나간다.

난 길을 잃어버렸다 생각하고 어디로 가지도 못하지만, 내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불어오고 있으며, 그 불어오는 바람이 눈물이 마른자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눈에 보이는 한줄기 빛을 기다렸지만, 그 빛은 나를 비춰주질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은 눈물이 마른 내 얼굴을 스치며 나에게 다가왔다.

바람을 막아보려 했지만 바람은 자신의 길이 있듯 내가 막은 사이사이로 지나간다.

이전에 나를 비추던 빛은 가리면 그늘이 생겨 빛을 잠시라도 피할 수 있었지만, 바람은 가리려 해도 막으려 해도 자신의 길을 따라 지나간다.


내가 기다린 것은 지금까지 한줄기 빛이 아닐 수 있다.

오로지 눈에 보이는 한줄기 빛이 나를 이끌어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나에게 찾아든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나를 이끌어 주는 것 같다.

때론 내 앞을 가로막듯 불어오는 바람일 수 있지만, 그 바람은 나를 막기 위해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흘리는 눈물이 마르게 하기 위해 불어오는 바람인 것이다.

내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내가 지쳐서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뒤를 지켜주는 바람인 것이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흐르는 눈물로 뚜렷하게 볼 수 없는 내 앞 길을 볼 수 있게 나에게 불어와 주는 것이다.

눈물이 마르게 나에게 불어와 주는 것이다.

분명하지도 뚜렷하지도 않은 길을 가는 것이 외롭지 않게 바람은 내 뒤를 밀어주며 불어와 줄 것이다.


바람은 스치듯 찾아왔다.

많은 바람이 아니라 잔잔히 흐르는 바람으로 나를 스쳐 지날 갈 것이다.

바람은 자신만의 길이 있듯 나를 스쳐 지나갈 것이고,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내 흐르는 눈물을 마르게 해 줄 것이고, 내가 외롭지 않게 내 뒤를 지켜 줄 것이다.

자신의 길을 따라 불어와주는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 마음으로 다가온다.

이젠 눈물 흘리지 않도록 내 마음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내 뒤를 지켜주며 마음으로 찾아왔다.

바람은 그렇게 다가오고 찾아와서 나를 스쳐 지나간다.

묵묵히 소리 없이 바람은 길을 따라간다.

난 바람이 될 수 없지만, 그 바람은 자신의 길을 따라 불어 간다.

바람은 내가 앞을 보며 걸어온 모든 시간에 나와 함께했다.

그 바람은 언제나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바람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치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오로지 눈에 보이는 한줄기 빛만 보며 그 빛에 의지하며 여기까지 왔다.

이젠 나를 이끄는 한줄기 빛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나를 스치는 바람을 느끼게 된다.

묵묵히 지금까지 자신의 길을 따라 나를 스쳐 지나간 바람은 언제나 나에게 왔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줄기 빛이 없던 순간에도 바람은 나를 스쳐 지나가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난 눈에 보이는 한줄기 빛과 분명히 보이는 길만 믿고 여기까지 왔다.

분명히 보인다고 생각한 그 길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었다.

보인다고 믿었던 것이다.

내가 믿었던 마음으로 그 길을 만들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보인다고 믿었던 길을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 믿음으로 만든 것이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한줄기 빛이 아니라 내 마음에 믿음을 잃어버려 더 이상 길이 없었던 것이다.

잃어버린 길에 난 눈물을 흘리며 분명하지 않게 보이는 앞 때문에 두려워졌다.

바람은 그런 나에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불어와주고 있었다.

흐르는 눈물이 마르게 불어와 주었고, 내 뒤에서 불어와 나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이끌어 주었다.

자신이 지나가야 하는 길을 나를 스치며 지나가고 난 보이지 않는 바람을 느끼며, 눈물이 마르며 보이는 길을 따라 걸어간다.

믿음은 아직까지 찾아오지 않았지만, 바람이 이끄는 길을 따라 보이지 않는 바람에게 믿음을 가지려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을 이제는 알아가려 한다.

불어와주는 바람은 언제나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고, 그 스치듯 지나는 바람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따라 어쩌면 찾아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도 이제는 느낄 수 있는 바람을 따라 길을 나아가려 한다.

그렇게 나를 스치는 바람과 같이 내가 가려는 길을 두려움 없이 지켜줄 것이고, 분명하지도 선명하지 않는 길을 스치는 바람처럼 자신의 길을 가듯 나도 나의 길을 갈 것이다.

잃어버린 믿음은 스치는 바람의 길을 따라가면서 찾을 것이다.

바람의 길에서 잃어버린 믿음을 찾아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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