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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예비작가 Mar 27. 2024

흔적을 찾아서

마흔부터 다시 시작하기

기억할 수 없는 내 삶의 길을 돌아본다.

보이지도 않는 지금까지의 걸어온 길을 무엇으로 찾아야 하는지 난 알지 못하고,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 고개 숙이며 땅만 쳐다본다.

많은 것이 변해있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지만, 난 지금까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돌아보아도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난 여기 이곳까지 왔다.

걸어서든 뛰어서든 이곳까지 잘 왔다고 생각한다.

한 순간 무엇 때문인지 지쳐버린 내 삶에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고, 그 걸어온 길에 힘을 얻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 잠시 멈춰 서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내가 후회할 일들과 성취감을 가진 날들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그런 일들에 지금은 성취감에 만족보다는 후회와 아쉬움만 기억에 남겨져, 지금까지의 내 삶에 미련과 후회만 남겨진다.


누군가 나를 지적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았는데, 지금 멈춰진 이곳에서 뒤돌아 보는 내가 걸어온 길에 알 수 없는 후회와 아쉬움만 남겨져 이유도 없이 좌절하듯 무릎 꿇고 멈춰 있다.

삶이라는 것이 모든 것에 만족과 성취감을 가질 수 없는 것이고, 모든 것에 후회와 아쉬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만족에 대한 성취감과 실수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삶이겠지만, 지금의 난 후회에 대한 아쉬움에 좌절하듯 이 자리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이젠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있다.


삶에 의문이 생긴다.

지금까지 내가 잘하고 있었는지 그것도 분명하지 않게 자신이 없다.

나에게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성취감을 가진 날들이 있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내가 무엇을 이루며 지금까지 걸어온 것인지, 이전에 내 삶에 대한 이유가 분명하지 않아 기억이 흐려진다.

그 흐려진 기억에서 떠오르는 것은 많은 것에 대한 후회와 나 자신에 대한 원망하던 시간들만 떠오른다.

나의 잘못이 아니지만 무언가 이유도 분명하지 않았던 일들에 나 자신을 원망하고 나 스스로 비난을 하듯 책임을 내 안에 담아두었다.

정말 나 스스로가 잘 못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그 분명하지 않았던 시간들에 나에게 스스로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스스로를 비난하며 원망했다.

내가 잘 못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내 기억 속에서 누구도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나 스스로에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만들었고, 나 스스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마음속에 무거운 짐을 전가하여 스스로 힘들게 만들었고, 그 힘듦을 견디지 못하는 나 스스로에게 무책임하도록 비난과 원망을 했다.

왜 그랬는지 난 기억하지도 못한다.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누구도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 모든 시간을 나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고, 삶이 그런 것이라 판단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이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지금 나에게 질문을 해 보지만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누군가 대답을 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오직 내 안에 어떤 울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에 내가 후회하는 일들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고, 왜 나 스스로를 원망하며 많은 것들을 후회하게 만들었는지 계속해서 나에게 묻고 있다.

아무런 대답도 없는 나에게 난 여전히 묻고 있다.

무릎을 꿇어 일어날 생각이 없는 난 무엇에 눌림으로 무릎을 꿇어버린 것인지 이젠 그 이유도 모르겠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게 많은 생각을 지금까지 걸어온 내 뒤의 삶을 생각한다.

내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 이유도 모르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이, 난 지금 원망과 후회만 기억되는지 묻고 있다.

누군가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대답도 없는 나에게 왜 그렇게 살았는지 묻고 있다.


변명하지 않아야 한다.

난 핑계라는 이유로 대답하듯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난 비겁하게 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지금 무릎을 꿇은 내가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준 무거운 책임감이라고 비겁하게 변명하듯 핑계를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난 분명 나 스스로가 만든 무거움에 지금 무릎을 꿇어 주저앉아 버린 것이고, 앞을 보지도 못하고 땅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젠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볼 여유도 없다.

지금 내게 찾아온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짐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 무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삶에 무거운 책임감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없다.

지금 내가 짊어진 무거운 책임감이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말하거나, 내가 가져야 할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은 없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지금의 내 문제를 변명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비겁하지 않으려 한다.

변명하거나 핑계를 말하지 않아야 하며,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말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 여기까지는 내가 걸어온 길이며, 그 길에 후회하던 일들에 대하여 책임을 나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무릎을 꿇어버린 것은 온전히 내가 선택한 일이며, 그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멈춰버린 것이다.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볼 여유도 없으며, 내가 걸어온 내 뒤의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볼 자신이 없다.

분명한 것은 누구도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온전히 내가 선택하고 짊어진 짐이며, 그것이 이토록 무거운 것인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용기가 있다.

내가 지금까지 짊어진 책임감에 무릎을 꿇어버린 것은 잠시뿐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보이지도 않는 지워져 버린 흔적일 수 있어도, 내가 다시 일어날 용기와 힘이 있다면 앞으로 내가 걸어갈 길에 흔적을 남기면 된다.

그 흔적을 보고 누군가는 나를 따를 것이다.

아니면, 내가 남길 흔적을 보고 더 나은 길을 찾아가는 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내 뒤의 길들에 흔적이 없었던 것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새로운 나를 찾아가기 위한 것 일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내가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새로운 길을 찾아 이전에 나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갈 용기가 필요했던 것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나에게 짊어지게 만든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것이 나를 좌절하듯 지금의 자리에 머물러 주저앉아 버리게 만든 것이 아니라, 잠시 쉼이라는 것을 가지고 고개 숙인 나를 지금까지 내가 남긴 흔적을 기억하고 찾아낼 시간이었던 것 일수 있다.


내가 멈춘 지금 이전에 내가 남겨놓은 흔적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지 않은 내 앞의 삶의 길을 스스로 극복하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내 기억 속에서 지워준 것일 수 있다.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지금처럼 힘들고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져 다시 무릎 꿇지 않도록 나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이전에 내 흔적이 지워진 것 일수 있다.

난 만들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누군가 만들어준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니다.

내가 보이지도 않는 길을 찾아 만들어 온 것이고, 그 길에 난 내가 짊어진 책임감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가진 것이다.

앞으로 보이지도 않는 길을 걸어갈 때 과거에 사로잡혀 계속 불필요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이며, 그 책임감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도록 내 지나온 길에 경험이 나를 용기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나보다 어쩌면 앞으로 나아갈 내가 더 용기가 있고 더 단단하며 뒤를 돌아볼 때 미련과 후회보다는 성취에 대한 만족을 가지며 미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멈춰 무릎을 꿇은 것은 포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나아갈 내 길에 대한 두려움을 지우고 지금까지 내가 짊어진 짐을 하나 둘 지우며, 무거운 나를 가볍게 만들어 더욱 자신감 있고, 단단한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 일 것이다.

난 피하지 않는다.

내가 피하는 것은 앞으로 내 삶에 대한 용기가 없는 것이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남길 흔적을 지워버리는 것일 수 있다.

난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아직은 기회가 있을 것이고, 그 기회가 있다는 믿음으로 난 용기를 가져 무릎 꿇은 내가 일어날 것이다.

다시 일어난 내가 보이지 않는 앞의 길을 걸어가며 이제는 흔적을 날길 수 있다는 용기가 있다.

내가 남긴 흔적은 누군가 볼 것이다.

내가 남긴 흔적을 누군가는 자신의 길을 찾는 나침판 역할을 할 것이다.

내가 용기 있고 자신감에 대한 성취감으로 나에게 보상한다면 분명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길을 갈 때 나의 흔적으로 나침판 삼아 자신이 만들고 싶은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역시 누군가 남긴 흔적을 나침판 삼아서 내가 가야 할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들어 갈 것이다.

흔적은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면서 남겨지는 것이다.

난 용기 있는 발걸음을 시작하기 위해 무릎 꿇어있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다시 일어나 한 걸음씩 나아간다.

주저앉아 무릎을 꿇어도 일어날 용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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