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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예비작가 Jan 22. 2024

발자국 소리

마흔부터 다시 시작하기.

깊은 잠을 자고 싶어도 항상 어둠에 눈이 가려져 아침을 맞이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밤에는 해가 사라져 어둠이 찾아오지만, 해가 떠오른 낮에는 나 스스로 눈을 가려 어둠으로 눈앞을 가린다.

잠을 이루지 못한 날들이 여러 날이 되어, 내가 눈을 가려 어둠 속으로 나를 가둔 곳에서 난 일어나지 못한다.

내가 내 눈을 가린 어둠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움직일 힘 없이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난 내 두 발로 걸어가던 날이 있다.

지금은 그 기억나지 않는 날이 두렵다.

기억할까 두렵다.

그 두렵던 기억이 지금 나와 너무 다른 모습에 나 자신을 보게 될까 난 두렵다.

무슨 이유에서 난 내가 만든 어둠에 벗어나 사람들 사이로 들어갈 자신이 없다.

힘든 순간이 찾아와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난 자신이 없다.

힘든 순간에 난 끝없는 눈물로 시야가 흐려져 앞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지워져 간다.


괴롭다.

이전에 난 분명 어둠으로 나를 가리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 내 마음 안으로 어둠이 찾아들어 눈을 뜨지 못하도록 어둠이라는 것으로 내 눈을 내가 가려 버렸다.

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았고, 사람들 속에서 숨 쉬었다.

이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괴롭다.

사람들과 같은 곳에서 쉼 쉬는 것이 두렵다.

난 사람들과 함께였던 순간들이 점차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 맞는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나를 움츠리게 만들었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말소리가 내 귀에 메아리치듯 울려 댄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였던 울림이 시간이 지날수록 내 머리에 또각또각 울리며, 날 쉼 없이 숨을 조여 오는 괴로움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사람들의 숨소리가 거칠게 들리며, 그 숨소리가 폭풍처럼 불어오는 바람 소리보다 더욱 큰 소리로 내 귀에 들려온다.

사람들의 숨소리와 말소리가 계속 머릿속에 또각또각 울려 댄다.

분명 사람들의 숨소리는 거칠지 않았고, 나를 밀어내듯 숨 쉬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평범하게 숨을 쉬고 있지만 난 그 숨소리가 계속 들렸고, 그 소리에 난 괴로워했다.


누구나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난 그 숨소리가 폭풍처럼 불어오는 바람처럼 세상을 흔드는 것 같은 소리로 내 귀에 들려 나를 괴롭게 만든다.

사람들은 서로가 나지막한 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대화에서 나지막한 소리로 대화를 했었다.

이젠 멀리에 있는 사람들의 작고 나지막한 소리가 내 귀에 또각또각 들린다.

분명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로, 무슨 소리인지도 알 수 없는 그렇게 작고 나지막한 소리인데 내 귀에 또각또각 들린다.


그렇게 들리는 나지막한 작은 소리마저 내 귓속에서 계속 메아리치듯 울려 퍼진다.

참을 수 없이 나를 괴롭히며, 벗어나지도 못하게 어둠으로 내 눈을 가리고 내 귀에 끊임없이 울리는 소리에 괴로워 사람들에게서 벗어나려 한다.


텅 빈 공간에서,

나지막하게 울리는 소리는 텅 빈 공간에 울리는 구두 굽 소리처럼 처음에는 작게 울렸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는 가까워지듯 더욱 커져 갔다.

분명하지도 않았고, 선명하지도 않았던 그 소리가 내 귀에 또각또각 울려 댄다.

사람들의 숨소리가, 사람들의 말소리가 나에게 그렇게 울려 댄다

벗어나려 해도 어둡게 가려진 공간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내가 있는 어두운 이곳은 텅 빈 공간이며, 이 공간에서 또각또각 울리는 구두 굽 소리처럼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렇게 들려오는 소리는 메아리치듯 내 귀에 계속 들리며, 그 소리에 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 움츠리고 있다.


난 사람들 속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난 사람들과 같은 곳에서 숨 쉬려 하지 않았다.

내가 사람들과 같은 곳에 같은 공간에 있으면 분명 그 소리가 더욱 선명하고 분명하게 들릴 것이며, 그 선명하고 분명한 소리에 난 더욱 괴로워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울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다.

앞을 보지도 못하게 내가 가려버린 내 눈은 온통 어둠뿐이다.

지금이 밝은 낮인지 아니면 어두운 밤인지 알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난 두려움 속에 스스로 눈을 가려 앞도 보지 못하고 있다.

눈을 가려 어두워진 이곳이 나는 텅 빈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사람들의 말소리와 숨소리가 울리듯 내 안에 가득 차오른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사람들의 숨소리가 지금 텅 빈 공간을 가득하게 울려 대며, 내가 스스로 어둡게 만든 이곳에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게 나를 조여 온다.

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인지 모르게 발자국 소리가 또각또각 메아리치듯 울리는 것이 나를 더욱 괴롭히고 있다.


눈을 뜬다.

내가 낮인지 밤인지 모르게 내 눈을 스스로 가려 보이는 것 모두가 어둠뿐인 공간에 나를 던져 버렸다.

그 공간은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나를 나 스스로 밀어 넣었다.

난 눈을 가려 밝은 낮인지 무엇이 내 앞에 있는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게 어둠으로 눈을 가렸다.

사람들의 소리가 분명하지도 선명하지도 않은데, 내가 만든 어두움 속에서 발자국 소리처럼 울려 대는 것이 나를 더욱 괴롭히는 것이었다.


두려움일까 아니면 괴로움일까?

내가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이 어떤 것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난 눈을 뜨고 있는데, 나는 내 눈을 가려 눈을 떠도 보이는 것은 어두움뿐이었다.

난 내 눈을 가린 내 손을 걷어 내고 싶다.

조금이라도 눈부신 밝은 날을 보고 싶어 진다.

그러면 사람들의 말소리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이제서야 떠오른다.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텅 빈 공간에 머물러 있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 시간들을 모르는 척 있었던 것 같다.

알지도 못한 시간을 모른 척하고 있었던 난 이제야 눈을 가린 내 손을 치우려 한다.

내가 눈을 뜨고 어둠에서 벗어나 밝음을 볼 수 있게 눈을 가린 손을 치우려 한다.


내 눈을 가린 손이 조금씩 내 눈에서 멀어질수록 주변이 밝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눈부시다.

너무 오랜 시간을 모르는 척 있어서 밝음이 익숙하지 않아 지금은 눈부시다.

내 눈을 가린 손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너무 눈부셔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내 시야에 밝음이 느껴지고 눈부심이 조금씩 사라질 때 내 머릿속에 또각또각 울리던 발자국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내가 있던 텅 빈 공간이 어두운 속에 머물던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눈을 가려 모든 것이 어두움으로 가려졌고, 그 가려진 어두움 속에서 작은 소리마저 작은 울림마저 나에게 메아리치듯 울렸던 것이었다.

난 벗어나려고 했지만 어두워진 곳에서 앞을 볼 수 없으니 벗어나지 못했다.

어둡게 내 눈을 가린 손을 멀어지게 하면서 밝아졌고, 눈부심으로 난 벗어날 방법을 찾은 것이다.

눈부심이 조금씩 사라져 이제는 밝은 날을 보게 되었고, 밝아진 날에 나를 내가 볼 수 있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사람들의 숨소리가 내 귀에 계속 메아리치듯 울리는 것은 내가 가린 눈이 밝은 날을 잃어버린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었고, 그 세상에서 작은 소리마저 분명하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소리로 계속 내 귀에 울렸던 것이었다.

이젠 내가 내 눈을 가린 손이 눈에서 멀어져 밝은 세상을 보게 되었고, 그 밝은 세상을 통해 내 귀에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처럼 울려 대는 사람들의 숨소리 말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괴롭고 힘들었던 것은 나에게 내가 눈을 가려버린 것이고, 가려진 눈에 밝음을 잃어버리고 어둠 속에 나를 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눈을 가린 손을 치워야 했고, 그렇게 치워진 내 손이 밝고 눈부신 날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메아리치듯 울리는 두려움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 주었다.


내가 만든 내가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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