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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예비작가 Jan 04. 2024

높은 하늘

닿을 수 없는 것

새롭게 찾아온 봄에는 평온한 색을 간직하고 푸르름을 품은 하늘이 푸르게 펼쳐져 있다.

그 푸르른 하늘을 난 잡을 수도 없고 닿을 수 없는 높은 하늘이었다.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내 손은 구름 한 점 없는 평온하게 푸른 하늘을 가릴 뿐 잡을 수도 닿을 수도 없었다.

바람을 타고 벚꽃 잎이 날려 눈꽃처럼 자유롭게 바람에 이끌려 휘날리지만, 난 그 눈꽃처럼 휘날리는 벚꽃 잎도 잡을 수 없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던 하늘 아래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벚꽃 잎 사이에 자유롭게 날게 짓을 하며 날아다니는 새는 어디에서 왔는지 말없이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하늘에 구름 한 점도 없이 포근하게 나를 감싸주는 햇살도 나에게는 그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자유로운 날갯짓으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처럼, 내 몸과 마음은 자유를 얻고 싶었다.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벚꽃 잎들처럼 바람의 이끌림으로 내 몸과 마음은 가볍게 휘날리고 싶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향해 내민 내 손이 그 하늘에 닿기를 바라지만 내 손은 닿을 수 없었다.

내가 자유로운 날갯짓을 할 수 있는 새가 된다면, 그 푸르게 맑은 하늘에 손 내밀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벚꽃 잎이 된다면, 바람과 함께 푸르른 하늘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묶여버린 나,

지금 나는 푸른 하늘을 잡을 수 없었고, 자유로운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 수 없었으며,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벚꽃 잎이 될 수 없었다.

난 지금 서있는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곳을 벗어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난 알지도 못한 채 그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잡으려 손 내밀어 본다.

내가 손을 내밀어 하늘에 뻗으면, 내 손만큼 푸르던 하늘이 가려진다.

하늘에 한 점의 구름이라도 있으면, 난 그 구름이 되어 푸르던 하늘가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인데, 지금은 구름 한 점이 없다.

내가 자유로운 날개를 가진 새가 된다면,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인데, 나에게는 자유로운 날개가 없다.

바람에 이끌려 휘날리는 벚꽃 잎이라면,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인데 난 꽃 잎이 아니다.


그저 무거운 삶과 나를 감싸고 있는 것이 지금 머물고 있는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머물고 있는 것이 무거운 나의 삶이 아니라 나를 감싸고 있는 것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 같다.

하늘을 가리려고 손을 내민 것은 아니지만, 내가 손을 내밀수록 하늘은 가려진다.

내가 무거운 삶을 벗어나려 몸부림칠수록 나를 감싸는 무엇인가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서는 것 같다.

난 하늘을 잡으려 했을 뿐인데, 내가 내민 손은 그 하늘을 가릴 뿐이다.

난 자유로워지고 싶어 날개를 가지려 한 것뿐인데, 나에게는 날개가 허락되지 않았다.

난 바람을 타고 머물던 곳을 떠나 휘날리는 벚꽃 잎이라도 되고 싶었는데, 난 머물러 있는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피하려 했다.

이 모든 것에서 눈을 감고 싶다.

보지 않으면 바라지 않을 것 같아서 눈을 감고 싶다.

어차피 하늘에 닿으려 손을 내밀면 내민 손만큼 하늘이 가려져 볼 수 없는데, 그냥 눈을 감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느끼지 않으면, 바라는 것도 없어질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 난 보이는 것에 바라는 마음뿐일까?

바란다고 지금 머물고 있는 자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상처로 물들어 가는데, 왜 계속 바라보며 바라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지도 못하고 있다.

그저 상처만 가득 품으면서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젠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 상처받지 않을 것이고, 바라는 것이 없을 것이니깐, 지금은 눈을 감으려 한다.


눈을 감고 있으면 생각이 난다.

눈을 감고 있으면 그리워진다.

눈을 떠야 하는데 또 상처받을 것 같아 망설여진다.

눈을 감고 있으면 푸르던 하늘은 아직도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름을 간직하고 있는지 생각이 든다.

눈을 감고 있으면 하늘을 자유롭게 날갯짓하며, 날아다니는 새와 바람에 휘날리는 벚꽃 잎처럼 바람을 이끌듯 이끌리듯 그렇게 날아다니고 있을지 생각이 든다.

그리움에 눈을 다시 뜨면 어디로 흘러가는지 나에게 말도 없이 흘러가버리고 내 주변에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던 하늘뿐이다.

잡을 수 없는 그 모든 것이, 바라는 그 모든 것이 내 주변을 말없이 떠나고 없어도, 저 높은 푸른 하늘은 아직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다시 눈을 감기가 두렵다.

지금 다시 눈을 감으면 시간이 지난 뒤에는 눈을 뜰 수 없을 것 같아, 눈을 감기가 두려워진다.

어쩌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모든 것이 본연의 모습으로 남아있고, 그 모습을 확인했으니 이전의 모든 것을 간직한 체 눈을 감고 그것으로 내 기억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눈을 떠 있어도 잡을 수도 없는 하늘과 자유로운 날갯짓의 새 그리고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도 결국 나를 다 떠나고 내 곁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데, 무슨 이유로 나는 눈을 뜨고 이 자리에 머물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내밀어 잡으려 하면 손으로 가려져 버리는 세상이 지금 나에게 무슨 의미로 남겨질 것인가?

의미도 없이 난 하늘에 닿으려 손을 내밀고 있고, 그럴수록 하늘은 아니 내 눈은 어둡게 가려진다.


곧게 자리를 잡다.

이제 잡으려 하지 말고 바라만 보자.

이제 날갯짓하려 하지 말고 곧게 그 자리에 서있자.

이제 바람에 휘날리지 말고 내 자리를 지키고 있자.

이것이 내가 바라보는 하늘을 가리지 않고 볼 수 있으며, 그런 하늘에 자유로운 날갯짓으로 날아다닌 새들을 어디로 가는지 손 흔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도 잡으려 하지 않고 기다리면 다시 피어날 꽃잎이 나를 찾아올 것이다.

내가 지금 서있는 곳에서 곧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며, 그들이 말하며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만족해야 할 것이다.

잡으려 하면 가려지고 닿지 않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닿지 않는 것을 억지로 잡으려 하면, 지나친 내 욕심에 상처를 받을 것이고, 지금 서 있는 곳에서 곧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눈 감으려 하는 것 어쩌면 내 주변에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내 이기심 일뿐이다.

지금 내가 닿지 않는 것을 잡으려 손을 내밀어 가려진다면, 내 주변에 모든 것을 나 스스로 가려 보지 않는 것과 같다.

난 닿지 않는 것에 더 이상 손으로 잡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젠 난 그저 바라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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