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긴 시간에 대한 다가올 그리움

by 김동환 예비작가

아침에 뜨는 태양처럼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 시계에, 우린 매일매일 그렇게 아침을 시작한다.

아침의 상쾌함을 느끼는 시간의 여유는 어쩌면 사치스러운 일처럼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처럼 특별한 느낌 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은 출근해서 사람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기계처럼 해야 할 업무를 정리하고, 그 이후에 느끼는 진한 커피 한 잔에 오늘의 첫 여유로움을 찾는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하루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은 여유가 넘쳐나는 모습을 이유 없이 나는 부러워했다.

지금의 내 모습에서 조금은 아쉬움으로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에 또 이렇게 하루의 내 시간을 보내며, 무언가 찾아올 거라는 알 수 없는 새로운 내일에 나를 기다린다.


추운 겨울에는 여름의 따스함을 기다린다.

지금에 내가 있는 풍경과 다른 그날을 기다린다.

이렇게 기다리면 찾아오는 그 따스한 여름을,,,

누군가 변해가는 계절을 갈 수 없게 붙잡지 못하는 그 여름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내가 살고 있는 이 자리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인내하고 기다리며, 새롭게 찾아오는 그날을 난 기다린다.

지나가고 있는 어제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점점 흐려지지만, 무언가를 내 안에 가득 담고 기다리며 다시 찾아올 그날을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가 있는 풍경들에서 천천히 조금씩 푸르름이 찾아온다.

들에는 옅은 초록빛 나뭇잎과 풀들이 자라고 있으며, 꽃봉오리가 살짝살짝 속살을 보이는 날들이 찾아오고 있다.

하늘에는 바쁜 날갯짓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도 자기들만의 소리 내며 지금을 즐기고 있다.

차가운 바람을 견디고 기다리다 선물같이 찾아온 지금의 내 풍경 속 하루하루를 나는 즐기며, 반기고 있다.

그렇게 기다리던 날들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다른 날들을 기다리며, 지금 내 안에 그 기다림의 끝을 알 수도 없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주어진 하루의 짧은 여유로움에, 난 무언가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반가움 보다 어쩌면 그저 의미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조금씩 지쳐가는 바쁜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 너머의 네 목소리가, 지쳐가는 내 하루의 시간에서 오랜 기다림을 보상받는 것 같은 여유로움 너의 목소리가 나에게 짧지만 선물처럼 들려왔다.

매일 듣고, 매일 보는 모습에서 어쩌면 익숙한 너에 대한 그 소중함을 잊을 수 있는데, 아직도 난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게 지쳐가는 나에게 전화기 너머로 네 목소리가 들려오면, 잠시라도 내 마음속 답답함을 잊게 만들어주는 선물 같은 순간이다.


밀려드는 업무에 지쳐 잠시 흐트러진 내 모습을 진한 커피 향기에 한숨을 쉬고, 흐트러진 내 마음을 가다듬으며, 오늘 하루도 평소와 같이 흘려보낸 시간이었다.

이제 나는 익숙한 내 모습으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이런 날은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내가 무겁게 입고 있던 옷들을 내 집안 어딘가 깊이 묻어버리듯 벗어던지고, 새롭게 시작하는 날에 어울리듯 가벼운 모습으로 바꿔 내가 기다리던 따스한 여름을 맞이한다.

분명 차가운 바람이 불던 그날들에 기다리던 따스한 여름인데, 왜 다시 시원한 가을이 생각나는 것일까?

여름이 되면 내가 찾는 여유와 자유로움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다시 시원한 가을을 기다린다.

여름의 따사로움보다는 지금의 따갑고 눈부신 태양을 피하고 싶어 항상 어딘가에 숨어들 듯 들어가 그 밝음을 피하고 어딘가로 숨어든다.

그렇게 기다리던 따스한 여름이 오면, 하늘의 자유로운 새들처럼 나도 자유롭게 날아다닐 거라 생각했는데, 반복적인 내 생활에 익숙한 듯 난 어디론가 밝음을 피해 깊이 숨어든다.


난 또 이렇게 새로움으로 다가올 가을을 기다린다.


어느덧 나무에 피어난 나뭇잎이 짙은 초록의 그 잎이 조금씩 천천히 아주 조금씩 자신들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

그렇게 물들어 버린 나뭇잎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려, 부는 바람에 휘날려 어디론가 날아간다.

어디서 멈춰 서야 할지 모른 채 휘날려 나무를 떠난 그 나뭇잎은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이끌려 날아간다.

내 기다림에 시간도 어쩌면, 나는 지금 어디인지, 나는 어디로 가는지, 나는 어디로 가야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지금의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며 다시 찾아올 너를 기다린다.


지금 내가 흘려보내는 시간은 나무를 떠난 나뭇잎처럼 바람이 이끄는 방향을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닌, 난 그냥 지금 내가 있는 풍경 속 상황에 따라 내 모습은 무엇으로 이끌리는지 알 수 없이 휘날리며, 익숙한 듯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분명 지금 이렇게 흘려보낸 나의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에 네가 내 앞에 밝은 미소와 함께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문으로 들어올 거라고 알고 있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씩 흘러 네가 오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난 조금씩 지쳐가고 있음을 느낀다.

매 순간 난 너를 기다리고 나 혼자서 흘려보낸 그 시간에 난 무엇으로든 나에게 찾아든 공허한 마음을 채워야 될 시간들이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나는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부는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나는 네가 오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조금씩 기다림에 지친 내 모습은 눈앞에 놓인 따뜻하고 진한 커피 향의 향기를 잃어버리고 차갑게 식어버린 짙고 어두운 커피처럼 나도 같이 차갑고 어두워진다.


내가 나에게 자신이 없는 이유일까?


매일 반복되는 익숙함으로 난 많은 것을 기다렸고, 어쩌면 그 기다리던 시간들은 나를 조금씩 나약하게 만들었으며, 내 기다림의 시간들이 나에게 많은 것들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시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익숙하게 즐기던 향기 가득한 커피 한 잔과 내가 지금 있는 이곳에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소리가 이제는 더 이상 향기도 나지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분명 따뜻하고 향기 깊은 커피는 지금까지 내가 평소 즐기던 맛인데,

이곳에서 지금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은 내가 알던 노래인데, 왜 이런 날에는 그 향기도, 그 잔잔함도 아무런 여유도 찾을 수 없이, 지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는 조급함과 나약함이 날 사로잡는 것일까?


무더움도 잊게 만들고 초록빛 나뭇잎도 물들어버린 지금은 바람에 이끌려 날려가 더 이상 나뭇잎으로 풍성했던 그 나무에는 이제 남아 있는 나뭇잎이 눈에 띄게 줄어든 지금 나는 익숙한 듯 무언가를 더욱 기다리게 만든다.

넌 분명 그런 날들을 지나고 지내오고, 견디고 견디며 그런 시간을 통해 이렇게 성장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데,

나에게도 분명 그런 날들이 지나고 지냈으며, 나도 그런 시간들을 견디고 성장했는데 그런데 왜 지금 기다리는 시간이 이유도 알 수 없이 나는 힘들게 느끼는 것일까?


지금까지 넌 분명 어느 한순간도 조급해하지 않았으며, 어느 한순간도 성급하게 서두르지 않았었고, 어떤 어려움이 찾아오는 그 모든 순간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 그 자리에서 다시 이전의 너와 같은 모습인 그 초록빛으로 물들어 갈 거라는 굳은 믿음 하나로 그 긴 시간을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넌 있었다.

하지만, 난 이런 시간들이 그리고 그런 날들이 많아지고, 그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알 수 없이 더욱더 나약함과 불안함에 나를 움츠리게 만든다.

나 역시 지금까지 내 마음속 그 어떤 믿음 하나로, 지금까지 그 긴 시간을 내가 만든 풍경에서 잘 견디며, 많은 것들로 채워가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그런 날들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으로 알 수 없이 외로움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분명 다른 이들에게도 주어진 나와 같은 24시간, 그렇게 하루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이 왜 난 유난히도 길고 느껴지고, 그 시간이 외롭고 두려운 시간일까?


끝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긴 시간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내가 지금 기다리고 있는 그 무언가가, 그 기다리는 무언가도 분명 언젠가 나를 만나기 위해 그 만남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왜 지금 나는 두렵고 불안함으로 나를 이렇게 나약하게 만들어 외롭고 힘든 기다림이 되는 것일까?

내가 기다리는 그것은 분명 내가 원하는 것인데, 난 왜 조금씩 작아지는 듯한 마음일까?

내가 그렇게 오래 기다리는 그것을 만나기가 두려운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 다른 모습일 거라는 두려움일까?

아니면,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내가 너무 지나버려 기다리던 그것이 무엇인지 흐려져 더 이상 분명하게 생각나지 않아 알아보지 못하는 불안함 일까?

그렇게, 기다리고 있던 그것이 나에게 찾아오면, 그것이 그 순간에 어떤 모습이든 결코 중요한 게 아닌데, 지금까지 그냥 내가 기다렸고, 그 기다린 시간에 대한 만남이 소중한데, 그것을 만나는 것에 왜 이리 먼저 걱정을 하며 두려워하는 것일까?

어쩌면, 내가 알 수 없이 흘러간 시간에 대한 불안함과 내 마음속 그 만남에 대한 믿음의 크기를 알 수 없어, 나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한 생각으로 만들어진 나의 핑계인 것 같다.

그렇게 불확실한 생각에 불안하고 두려워해도, 지금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이 그저 나 자신에 대한 한없는 나약한 모습뿐인데, 난 여전히 끝없는 나약함 속에서 불안한 마음에 움츠려 지금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런 기다림 시간 속에서 내 가슴속에 비워지는 공간을 그 무엇으로든 채워야 하는데, 내 마음속 여유와 확신이 부족함에 그 비워진 공간을 나는 채우지 못하고, 나 스스로가 나를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


결코 난 내 긴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건 아니다.


언젠가 분명 그 기다림의 존재가 내 기다림의 끝에 나타나면, 내 긴 기다림 끝의 지금까지 내가 두려워했던 시간을 피하는 핑계로, 그 기다리던 존재가 원인이라 생각하며, 내가 피하는 날들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기다림 끝에 나타날 그것을 피하거나, 그것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싶다.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을 보상받고 싶어 그런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생각하고 긴 시간을 기다리던, 그 기다림의 대상이 언젠가는 꼭 만나야 될 기다림이라 생각한다.


난 지금까지 기다리던 그 기다림을 피해도, 결국에는 새로운 기다림의 존재를 찾아 다시 기다릴 것이고, 지금까지 기다리다 피해버린 그 존재를 잊고, 다시 새롭게 기다리는 것에 만나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이전에 피해버린 그것을 더 기다리지 못한 아쉬움에 난 또 다른 기다림의 존재가 불안하고 두려울 것이다.

어떻게든 지금 만나야 된다면, 그것을 조금만 더 기다리고, 지금의 기다림이라는 시간을 참고 견디고 있어도 된다면, 그렇다면 난 충분히 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기다림이란 시간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두려움과 불안함은 커지고 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나는 견디고 기다릴 것이다.


항상 그 한자리에 서있는 나무가 자신으로부터 바람에 휘날려 떨어진 나뭇잎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잠겨있어도, 긴 기다림을 통해 다시 찾아온 계절에 피어날 초록빛 나뭇잎들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 나무처럼, 난 내 기다림을 포기할 수 없다.

난 언제인지 모르는 그 기다림의 시간에 내 마음속 비워진 곳을 무엇으로든 채워 나갈 것이고, 지금의 기다림에 대한 불안함과 고통을 견디어 낼 것이며, 그 긴 시간의 끝에 그것을 결국 만난다면, 그다음 새롭게 찾아와 만나야 할 기다림을 지금보다 더 단단하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이며, 난 새롭게 찾아온 그 새로운 그것을 지금보다 더욱 편안하고 불안하지 않게 자유로움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 떨어지는 물든 낙엽은 바람이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선물 받았고, 난 지금까지 기다리는 시간에 두려움과 불안함은 이겨낼 힘과 아직은 부족하지만 내 텅 비워진 마음속 나약함을 채워가며 함께 할 것이다.

피하는 방법과 만나는 방법 중에서, 나는 피하고 난 뒤 나에게 찾아올 아쉬움보다, 만나서 이기는 방법을 찾고 싶다.

피한다고 해서 그 존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내 마음속에는 기다리지 못했던 그때 그 존재를 만나지 않고 피해서 놓쳐버린 그 기다림의 시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나는 나를 더욱 나약하고 비겁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 내가 기다림을 통해 만난 그 존재가 어쩌면 나와 싸워야 할 존재일 수도 있다.

난 이길 자신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한 번은 시도할 수 있는, 내 안에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줄 값진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상처가 생겨도,,,


아픈 상처는 분명 흉터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상처가 두렵고, 흉터가 싫다고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한 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내 믿음 하나는 확신하다.

내가 매 순간 기다리던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난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유일하게 그 기다림을 향해 먼저 한발 나아가는 것이 끝없는 기다림보다는 용기로 한발 먼저 그 기다림의 끝에 도전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지금 나의 나약한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기다림에 대한 알 수 없었던 불안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내가 나를 믿는다면, 그 기다림도 내 믿음을 응원할 것이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그냥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내가 한발 내딛는 그 순간들이 텅 비워진 내 안의 그 공간을 무엇으로든 채워질 거라 나는 믿는다.

기다림의 끝이 언제인지 아직 나는 모른다.

그 기다림의 존재가 무엇인지 아직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초록빛 나뭇잎도 시간이 지나 물들고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에 흔들려 그 바람이 이끄는 곳으로, 누구도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끌려가고,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떠나는 나뭇잎을 나무는 소리 없이 보내주었으며, 다시 찾아온 계절에 새롭게 피어날 초록빛 나뭇잎으로 이전보다 모습보다 더욱 화려하고 풍성해져 그 나무는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여기 이곳에서 한 가지 믿음을 가지고, 기다림의 끝을 향해 한발 나아가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기다림으로 두려워하던 나를 한 가지 믿음으로 나를 위로한다.

아침을 밝혀주던 그 태양도 조금씩 아주 천천히 저 산과 바다 뒤로 넘어간다.

난 다시 내일 찾아올 너를 긴 어둠을 참고 견디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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