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이기 때문일까
어느 순간 술이 싫다. 정확히 말하면 만취를 한 상태가 싫다. 적당히 술을 마시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주변의 향이 더 강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 딱 그 정도가 좋다. 술은 많이 마시면, 사람의 무의식이 나오고, 반응이 둔해지고 사고를 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다음날 기억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그 취한 상태에선 상황이 인지가 되지 않아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도 다반수다.
막 성인이 되고 스무 살 초반 무렵에는 술강요, 그리고 자제하지 못하는 술탓에 자주 필름이 종종 끊기기도 했다. 다음날 숙취로 엄청나게 고생한 적도 많다. 계속 토하고, 어지럽고, 말도 제대로 못 해 멍청해지고 이게 쾌락의 역설이 아닐까 싶다. 크로스핏을 시작하면서는 제대로 술을 자제했다. 근력운동, 특히 역도에 중독까지 다다를 정도로 운동했을 땐, 술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근손실이 오기 때문이다. 근육이 생성되기 위해 간이 일을 하는데, 술을 해독하기 위해서 또 간이 작용을 해버리면 몸에 무리가 온다. 그런 상태가 싫고, 그날의 충동을 참지 못해 다음날 하루를 날려버리는 실수를 범하기 싫기 때문이다. 물론, 1년의 1,2번 정도는 친한 친구들과 꽐라가 될 만큼 마시긴 하지만. 아무튼 자재 중이다.
양양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는 취객을 자주 본다. 어느 순간 양양의 도시 자체가 유흥의 도시로 변질된 탓이다. 양양하면 서피비치, 그리고 인구. 이곳 도미토리에 묵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그곳에 놀러 간다. 적당히 술을 마시고, 적당한 사람을 찾아, 적당한 마음을 나누고, 적당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유흥을 즐기고 그냥 잠깐 숙면을 취할 곳을 찾아 도미토리로 온다. 며칠 전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이유는 기본 숙박제공이 되는 8인실 숙소에 그런 손님들이 왔기 때문이다. 이건 뭐 내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손님이 그랬고, 들려오는 대부분의 말이 그랬으니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다.
주사는 사람마다 다르다. 술을 마시면 바로 마신 게 티 나는 사람도 있고, 티가 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주사도 사람 개개인이 다르듯, 모두가 다르다. 멀쩡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맥락이 다르다. 그럼 판단을 해야 한다. 아! 이 사람 취했구나. 내가 술을 절제하다 보니 술자리도 자꾸만 피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술자리에선 나름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된다면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다. 나도 술을 마시지 않아 신나지 않고, 술 마시는 사람도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아 신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윈윈인 것은 내가 술자리를 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제저녁에도 일하는 샵 술자리가 있었다. 일을 마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던 탓에 자리를 피했다. 자리를 피하고 글을 썼다. 1시간가량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술자리에 돌아왔다. 다들 어느 정도 취해있었다. 다시 자리를 떠야지 하고 금방 정리하고 들어갔다.
진짜 취객은 다음날 새벽에 찾아왔다. 내가 일하는 샵 앞에서 자고 있었다. 바람은 찼고, 내가 일하는 직장 앞이며, 운동을 해야 해서 마음에 걸렸다. 그 사람들은 내게 405호가 자신의 방이라고 말했다. 나는 손님들을 올려 보내기로 했다. 올려 보내려 노력하던 도중 우리 샵의 손님이 아님을 알아챘다. 나는 다른 숙소를 가라고, 우리 숙소가 아닌 걸 알아챈 이상 다시 입구로 내려가자 말했다. 그 손님들은 너무나도 취해서 고성방가를 하며 해를 끼치고 있었다. 더 이상 내가 해결할 수 없었다. 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새벽 6시였다. 사장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카톡으로 상황을 남겼다. 하나 답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두 분을 무사히 숙소까지(?) 데려다준 것 같다. 아마
난 이렇듯 취객이 너무 싫다. 뇌 안의 사고가 없는 상태에서 남에게 해만 끼친다. 그들을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물론 얌전히 취해서 얌전히 자는 사람은 상관이 없겠지. 하지만 자신의 건강과 안위는 자신이 챙기는 거다. 남이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거다.
모순적이게도 이 글을 쓰며 나는 술을 마신다. 봄베이 사파이어에 진토닉, 그리고 레몬즙 조금. 향긋한 냄새가 나며 달달하다. 그 달짝 지근함이 자꾸만 술잔을 들게 한다. 또 살짝 취한 상태는 기분을 좋게 한다. 다음날 숙취도 없고, 지금 순간을 더 빛내준다. 하지만 또 술이 싫다.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이런 느낌인가 싶다. 이 알딸딸함에 좋아하는 음악. 그냥 그 순간이 조금은 그립다. 이런 걸로 내 스트레스를 없앨 순 없겠지만, 그냥 이 느낌이 좋다. 이 느낌에 중독된 술을 찾나 싶지만 지나친 과음은 과유불급이다. 뭐든 적당한 게 좋다.
지나친 쾌락은 오히려 독이 된다. 남에게 취객이 되지 말자. 내 정신과 내 육신은 내가 보존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