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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두강이로
06화
제게 왜 그러신 거예요?
제6화
by
도희
Nov 22. 2022
오늘따라 엄빠가 친절해서
왠지 기분이 찝찝하다.
평소보다 아침밥을 일찍,
많이
준다.
게다가 뼈다귀 껌에 돼지 귀까지.
뭐지?
궁금 또 궁금한데 식곤증이 몰려온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자고 보자.
한 숨 자고 났더니
엄마가 부산스레 차에 왔다 갔다 하면서
수건을 깔고 휴지를 갖다 놓는다.
‘왜 저래’ 흘깃 보면서 무심한 척
애를 썼지만
엄마의 비장한 얼굴과 시선을 피하는 아빠를 보며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엄마는
평소에 허리가 아프다고
낑낑대면서
나를 번쩍 안아 차에 태운다.
순간 내가 깃털처럼 가벼운가 착각할 정도였다.
시커먼 차가 저승사자처럼 입을 벌려
날 삼켜버렸다.
차멀미가 심해서 드라이브도 싫다고
그렇게 말했건만.
자식이 싫다는 데 왜 이래요?
싫어. 차 타기 싫다고 ㅠㅠ
온몸으로 거부했지만
불가항력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난 운명에 맡겨보기로 했다.
혹시 알아. 소개팅이라도 시켜줄지.
견생 6개월 차면 나도 이제 여친 사귈 나이가 되긴 했지. 이왕이면 비숑이 좋은데.
빨간 핀을 꽂은, 눈이 별처럼 빛나는
여자 애가 다가올 때 아름다운 털이 바람에 살짝 나부끼며 장미 샴푸 향이 코끝에 스치는
상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차가 멈췄다.
낯설다.
이곳은 웁스! BB
동물병원.
처음 보는 의사 선생님은
기분
나쁠 정도로 음흉하게 웃으며 과잉 친절을 베푼다.
주치의가 바뀐 건가?
난 지난번 병원의
여의사 선생님이 더 마음에 드는데.
지난번에 피검사와 건강검진도 했고 예방접종도 끝냈다.
근데 여긴 도대체 왜, 왜, 왜 …
여자 친구와의 소개팅을 기대했던 나의 상상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엄빠는 몇 시간 후에 오마
하고
나를 두고 가버렸다.
낯선 곳에 버려진 나는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태연한 척 애썼다.
의사 선생님이 내게 주사를 준다.
‘뭐 이까짓 주사쯤이야 개껌이지,’하고 건방을 뜨는데
아! 뭐지. 눈이, 내 눈이 자꾸
감~~ 긴~~ 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직도 병원이다.
이상하다.
내 목에 씌워진 요상한 이 물건은 또 뭐꼬?
춘향이도 아닌데 큰 칼을 쓰고 있다.
혹시 곤장도 맞는 건 아니겠지 싶어
엉덩이를 지키려고 내려다보는 순간.
아랫도리가 썰렁하다.
아뿔싸,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다.
난 이제 여자 친구도 못 사귀고
장가도 못 가는 건가.
절망적이다.
너무 서러워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려는데
젠장
!
목에 쓴 칼 때문에 손이 닿지 않는다.
엄빠가 데리러 왔지만 쳐다도 보기 싫었다.
'아프지, 고생했다'는 말 따위는
고양이한테나 줘버려.
집에 도착하니 마취가 풀려서
상처 부위가 아파온다.
밥도 먹기 싫다.
용서할 수 없다.
나는 원통하고 분한 마음에
그 밤 내내 잠들지 못하고
뜬 눈으로 지새워야 했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그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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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반려동물
기분
Brunch Book
이번 생은 두강이로
04
뭐,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간다고~
05
아빠랑 마실 가요~
06
제게 왜 그러신 거예요?
07
골든 푸들이 아니라 골든 두들이라니까요
08
엄마 울지 말아요.
이번 생은 두강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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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글로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기쁨과 감정,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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