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풍성한 밥상을 제공해준 가지와 호박, 오이, 고추 깻잎들에게 감사와 이별의 인사를 보낸다.
나물, 볶음, 샐러드, 전으로 거듭나
나의 밥상을 화려하게(?) 수놓고, 때로는 생으로 쌈장 옷 듬뿍 입고 내 입에 들어와 입맛 없는 여름을 나게 해 준 일등 공신.
고마운 텃밭 채소들이여!
너희들 덕분에 밥상은 풍요로워지고, 인심 좋은 이웃이 되었으니 참 고마웠다.
내년 봄 그대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만 안녕!
올 봄 집 옆 빈터에 가지 4포기와 호박씨 4개를 심었다. 가지는 모종을, 호박은 씨앗을 심었다. 가지는 더디게 자라고 호박은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더니 어느 날 신기하고 고맙게도 호박이 싹을 틔우고 뾰족한 잎을 귀엽게 내밀었다, 남편은 거름과 비료를 아끼지 않았고 때맞춰 물을 주었다. 아침저녁 보살피는 정성에 보답하여 어느새 가지와 호박은 꽃과 열매를 맺더니 초여름부터 지금. 그들의 생명을 다할 때까지 나의 식탁에서 다양한 반찬이 되고, 때때로 메인 요리로 등장하기까지 제 역할을 다해왔다.
남편은 본인이 가지를 즐겨 먹지 않으니, 2포기만 심겠다는 것을 가지나물을 좋아하는 내가 우겨 굳이 4포기나 심었다.
처음엔 텃밭에 심었는데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다른 채소에게 그늘이 드리울까 봐 빈터로 옮겨 심었다. 가지는 생각보다 높이 자랐고 그냥 두었더라면 텃밭의 다른 작물을 위협할 정도로 잎사귀의 위용(?)을 자랑했다. 가지의 생장 속도는 대단하여 우리 두 식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빨리, 많이도 그 열매를 내밀었다.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도 많은 양이라 가지나물, 가지 조림, 가지전을 번갈아 해 먹어도 늘 냉장고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가지. 하루빨리 따 주기를 바라며 제자리에서 꿋꿋이 버티는 가지에게도 미안하고, 남편에게도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몇 년 전 근무했던 학교에서 텃밭 한 이랑을 분양해 준 적이 있었다. 그때도 내가 우겨 가지를 심었다가 감당 못할 양으로 난감했었다. 남편과 아들은 가지의 물컹한 식감이 싫다며 나물이나 볶음을 하면 두어 젓가락도 채 먹지 않았다. 엄청난 양의 가지를 소비하기 위해 가지 탕수, 가지 고기 말이, 가지 양념구이 등 웬만한 가지 요리는 다 해 본 것 같다. 가지를 많이 소비하면서도 남편의 입맛도 만족시킬 요리가 필요하다.
이전에 종종 요리 동영상을 보았다. 그중 특히 관심이 가거나 해 보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레시피를 적어둔 공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