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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
파란 가슴에 손 넣어 본 적 있습니다.
파랗게 물든 시린 나의 손을 보며
머리마저 파란 가슴에 넣어 대책 없이 흔들어 버린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파란 물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쥐며
천진하게 킥킥 웃기도 했습니다. 믿으시겠어요?
마치 영원할 것처럼 사랑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다시 땅끝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나는 원래부터 혼자였던 혼자였습니다.
정말 믿으시겠어요?
바다를 보았으나 더는 눈물 나지 않았습니다.
바다는 파랗지 않았고 슬프지 않았습니다.
내 입술은 어찌나 당돌하게 꼭 다물어져 있던지
서럽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바다는 뭍으로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볼품없는 거품을 물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정물의 속성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이곳 땅 끝에 오면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오던 길로 가리라는 것.
정말 끝이었을까. 생각을 하니
웃음이 푹푹 터져 나왔습니다.
웃어서 미안해요.
끝이라는 말이 너무 웃겼거든요.
파랗게 멍든 손의 안부는 묻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전히 파랗기는 하지만 시리지는 않답니다.
머리카락은 자르고 바람에 말렸지요.
그래서 끝이었을까요.
큭큭
웃음이 멈추지 않아요. 정말 미안해요.
-땅끝 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