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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Apr 26. 2024




파도가 목덜미 세우며 응얼거리는 날
남몰래 알을 낳고 싶다
안색이 하얀 덩어리
거죽 위에 뉘일 것이다

십리 밖 달빛이 파도 위로 걸어와
벙어리 순진한 알에 입 맞추고
흰 올빼미 깃이라도 꽂아두면
먼 곳의 내 사랑도
소식 전해 들을까

내 안에서는
도무지 대답하지 않는 알 하나
탯줄도 없이 태어나
무지의 표정으로
여전히
뒤척이지 않는다.

마침내 푸르게 떠올라 균열이 올 때까지
순하게 품어주는 보푸라기라도 된다면

산 그림자 곱게 포개지듯
내 사랑도
그렇게 오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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