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걸어가는 나비가 돌아보게 해 줘요
나비는 까딱까딱 더듬이를 흔들며
까치발로 떠나요
바람에 얹어 가는 날개가 눈부셔요
나는
부드러운 죽음으로 출렁여요
늙고 거친 것을 보면 슬퍼요
평평하게 가로질러 가는 것을 만들고 싶어요
침묵이 중심을 밀어내요
낡은 자궁을 풀어 뜨개질을 해요
꽃잎은 골목으로 모이고
어른어른 보푸라기가 일어요
길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어두울수록 벌겋게 살아나는 이야기
세상에 살아남은 모든 이야기처럼
나는 나비의 눈을 가지고 있어요
어디든 주렁주렁 매달아요
닳아버린 목울대 대신 나비의 눈이 짤랑거려요
숲은 달 속으로 뛰어들고
거리는 바람 속에 숨어요
노랫소리가 들려요
저기
걸어가는 나비가 돌아보게 해 줘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에필로그
사랑이 끝날 수 있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