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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하 May 20. 2024

가장 쉬운 이별




가벼운, 가벼운, 아주 가벼운,

아주 가벼운 바람이 지나가고,

가 버린다, 항상 그렇게 아주 가볍게.

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페르난두 페소아/ ⌜양 떼를 지키는 사람⌟중 13-


...........................................................



동물적 공포와 불안. 

비논리적이며 부조리한 것들.

끝없이 몰락하는 자아를 놓지도 잡지도 않은 채 

나는 오래 살았다.

늘 더 살았음을 부끄럽게 만드는.

문득, 내가 어둠에 서 있을 때 그들은 (혹은, 그는) 빛 가운데 있었으며

내가 빛으로 한 발 내딛으면 그들은 (혹은, 그는) 구심력을 잃고 어둠으로 사라졌다.

나의 어둠은 빛의 배경이 될 수 없었다.

어둠이 빛을 도드라지게 할 수도 없었다.

어둠은 삶. 공포. 불안. 우울. 문학의 다른 말이었으며

나의 한 부분인 것이다.


가벼운 아주 가벼운 내가 흔들린다고 말을 하자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 바람을 가두면 네 몸이 흔들려

그가 말했을 때, 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페르난두 페소아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침묵하기 시작했다. 어린애 같은 소리! 그가 나무라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고 나는 눈물을 흘림으로서 눈을 감지도 않으면서 그를 마주 보지도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취했다. 가장 쉬운 이별이었다. 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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