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하루 종일 터벅터벅 걸어요.
학교 갔다, 학원 갔다,
집에 왔다가 다시 학원으로 가는
민재를 닮았어요.
1등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한다는 말은
엄마의 거짓말, 뻔한 이야기
사람들은 나를 조정할 수는 있어도
속일 수는 없어요.
나는 항상 같은 일만 해요.
하던 일만 해요.
하지만
나를 보고 누군가는 빨리 가라 하고
나를 보고 누군가는 멈추라고 소리쳐요.
게임할 땐 너무 빠르다고 원망하고
공부할 땐 너무 느리다고 원망해요
그건 나의 탓이 아니에요.
사실 나는 언제나 지금을 가리킬 뿐이에요.
지나간 것은 가져올 수가 없어요.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정답이 없어요.
과거엔 머무를 수 없고
미래는 미리 쓸 수 없어요.
나는 다만 걸을 뿐이죠.
내가 걸어야 세상이 변화고 민재도 변화고
내가 걸어야 세상의 모든 문제가 풀려요.
힘들고 아픈 것이 내 탓이라고 하지 말아요.
나는 한 번도 굴레를 벗어나 본 적이 없어도
누구 탓으로 돌린 적이 없어요.
나는 있는 듯 없는 듯 걸을 뿐이죠.
나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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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라고 썼습니다만, 이게 무슨 글일까 싶습니다.
무엇인가 끄적여야 하는데 할 말이 없습니다.
하루가 아픕니다.
화가 가슴 중앙에서 똬리 져서
기도를 해도, 셋둘 하나를 외쳐도 도대체 흐르지 못하고 다시 뭉칩니다.
문득 하늘을 봅니다.
구름은 모였다 흩어지다 사라지다 다시 나타납니다.
태양은 뜨겁고 바람은 불지 않는 날입니다.
눈을 감습니다.
내가 사라지니 화도 사라집니다.
화가 사라지고 나니 그제야 바람이 붑니다.
내가 있어서 이토록 아픕니다. 내가 나를 잊으면 세상은 평화입니다.
하루가 또 그렇게 저뭅니다.
읽어야 할 글들이 쌓였습니다. 무척 죄송스럽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대들도 잠시 잊겠습니다.
24. 8. 15일 오늘은 광복절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