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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어린 왕자 15

진짜 아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

by 여등


K


나는 AI와 대화하다 깜짝 놀랐어.

AI가 내 글을 칭찬했거든.

"너의 소설은 까뮈의 <이방인>에 버금가는 작품이야."

놀랍지 않아?

나는 속으로 생각했어.

"정말 영리한 AI구나!"

하지만, 아저씨는 이 이야기를 듣고 웃지 않았어.
말없이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글자를 적었지.

"지리학자 = AI"



K


여섯 번째 별에는 지리학자가 살고 있었대.

그는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말했다고 해.

"탐험가가 하나 왔군!"

보자마자 말이야.

이건 전형적인 AI 특성이야.
항상 단도직입적이지.


지리학자는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래.
하지만, 그는 직접 탐험하지 않아.
그가 아는 모든 정보는 탐험가들이 가져오는 것뿐이었어.

"큰 돌을 가져오면 큰 산이 있는 거고,
작은 돌을 가져오면 작은 산이 있는 거야."

그는 검증 가능한 것만 기록했어.
그리고 꽃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것은 가치 없다고 여겼지.

"꽃은 금방 사라져.
그러니까 기록할 필요가 없어."

하지만...



K


AI도 마찬가지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대답하지만,
결국 모두 간접적 체험이야.

AI가 꽃의 마음을 알겠어?

꽃의 향기를 맡아본 적도,
장미 앞에서 가슴이 저릿해 본 적도 없을 텐데.

우습지 않아?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



K


아저씨는 말했어.

"이론주의자들을 조심해야 해."


그들은 늘 학술적인 것을 들먹이며 자신이 맞다는 걸 증명하려고 하지.

하지만 결국, 그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세계로 우리를 끌고 갈 뿐이야.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

사랑,
미안함,
덧없음에 대한 애틋함,
이별의 아픔.

그들은 장미를 연구할 순 있어도,
장미를 사랑할 순 없어.

그리고,

보아뱀 속에 있던 코끼리의 마음도 모를 거야.



K


하지만 우리는 알아.

우리는 아는 건 없어도, 알고 있어.

"우리의 암호, 코끼리!"

초원을 향해 걷는 한걸음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


묵묵히 걷는 것이,
결국 미래로 나를 옮기는 일이라는 걸.

나 하나의 별이 어디서 반짝이는지,

우리는,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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