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작은 꽃다발과 사진 한 장 들고 왔습니다.
우리는
새가 가리키는 곳으로 갔습니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입니다.
멀고
으슥하고
아무도 없는 곳,
늘 당신이 원하던 곳입니다.
딸과 나는 사진과 편지를 태웠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보냈던 편지들입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곰삭은 글입니다.
이별에 관한 추억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 사이에 익숙한 일입니다.
가벼워졌다고 지나치게 빨리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너울너울 돌다가 돌다가
동그랗게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타지 않고 남겨졌던 글
사랑한다.
농담으로 여기겠습니다.
편하게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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