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에
새들이 파먹은 감 하나
끈덕지게 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움푹 파인 엉덩이 다 들어내고
산다, 못 산다 눈물바람 없이
저 혼자 주섬주섬 바람을 골라내고 있었다
무슨 소문이 돌았기에
나뭇잎은 일제히 떨어지고
오랫동안 보아라!
저 푸른 사막의 달
파헤쳐진 까치밥을 올려보며
나는 복음서 한 줄 고친다
사랑은 너무 아득하거나 아니면 너무 많다
매달렸거나
가을이 삼켜버렸거나
가만히 내려앉을 힘조차 없는 너에게
더 이상 원죄를 묻지 않기로 한다
오래전 가을 나는 쓸쓸했던 것 같다.
지금은 여름이고 나는 모든 계절의 추억을 뒤적인다.
지독하게 용서하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있었던 사람과 사라진 계절.
그 시절엔 주님이 나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주님은 그에게로 갔다.
가을이 오면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