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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Jul 11. 2024

까치밥




나는 아침에

새들이 파먹은 감 하나

끈덕지게 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움푹 파인 엉덩이 다 들어내고

산다, 못 산다 눈물바람 없이

저 혼자 주섬주섬 바람을 골라내고 있었다


무슨 소문이 돌았기에

나뭇잎은 일제히 떨어지고

오랫동안 보아라!

저 푸른 사막의 달


파헤쳐진 까치밥을 올려보며

나는 복음서 한 줄 고친다

사랑은 너무 아득하거나 아니면 너무 많다

매달렸거나

가을이 삼켜버렸거나

가만히 내려앉을 힘조차 없는 너에게

더 이상 원죄를 묻지 않기로 한다



                                         





오래전 가을 나는 쓸쓸했던 것 같다.

지금은 여름이고 나는 모든 계절의 추억을 뒤적인다.

지독하게 용서하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있었던 사람과 사라진 계절.

그 시절엔 주님이 나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주님은 그에게로 갔다.

가을이 오면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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