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등 Jul 17. 2024

쿠폰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어요.

그것은

주기적으로 날아오는 할인 쿠폰을 오려서 붙여두는 일이에요.


전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대개 쿠폰이라는 것이 물건을 원하는 만큼 사 주어야 혜택이 있고

쓸데없는 물건이거나

정해진 날짜를 지나쳐버리면 쓸모가 없는 휴지조각이기 때문이지요.


그냥 필요한 것 필요할 때 사는 것이 가장 편리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매장에 비치되어 있는 쿠폰으로 할인받은 거예요.

어이가 없었지요.

왜냐면 할인쿠폰은 매장 곳곳에 비치되어 있었고

난 그것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빨리 쇼핑하고 집에 가서 쉴 생각만 했거든요.

계산을 하다가 문득

"저기 있는 쿠폰을 가져오면 이 금액에서 할인이 되나요?" 하고 물었는데

그렇다는 거예요.

그래서 집어왔죠

그랬더니 980원이 할인되었어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답니까.

그 뒤부터 전 눈에 불을 켜고 쿠폰이란 쿠폰은 다 모으고 있답니다.

모으고 붙이고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노트 한 권이 알록달록 그리 예쁠 수가 없어요.


얼마 전에는 프라이팬이 하나 필요했는데

그동안 아껴 두었던 쿠폰을 사용했어요.

5000원이 할인이 되었지요.

얼마나 뿌듯하던지.

그리고 어제는 소비자고발센터에 고발 접수도 한 건 했어요.

아주 불합리한 할인 쿠폰이고

그것은 소비자를 우롱한 처사라고 생각한 거죠

아무튼 제 목표는 모아놓은 쿠폰을 몇 %  정말 쓸모 있게 사용하고

얼마나 절약 가능한 것인가를 알아보는 거예요.

난 알뜰하지 못해요.

그런 세세한 부분에 신경 쓰는 것을 아주 싫어했어요.

나를 꾸밀 줄도 몰라서  친구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관심조차 없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재미있네요.

미용실 할인 쿠폰을 챙겨두었어요.

염색을 하거나 파마를 하면 만 원이 할인되네요.

쿠폰 쓰고 싶어서 머리를 할까 생각 중이에요.

창립 10주년 기념 여행상품권은 한참을 들여다보았어요.

날짜가 지났네요.


사랑에도 쿠폰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날짜가 지나버린 쿠폰이요.

이미 지난 것은 

배신하지도 변하지도 않지요

가지 않은 숲 속의 노란 길 같은 

이미 지난 쿠폰 한 장.





수요일 연재
이전 16화 까치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