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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맘 Oct 13. 2020

요즘의 나

작가 놀이를 시작하다.

                    

 요즘의 나는 참 시간이 많다. 엄마가 세상의 전부이던 아이는 어느새 7살이 되어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하는 유치원에서 본인만의 사회 생활을 해 나가고 있고, 집에서 역시 예전에 비하면 내가 도와주어야 할 부분이 꽤. 많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나와 놀자고 끊임없이 얘기면서도 한 편으로는 혼자 놀이를 하고, 동영상을 보고, 또 공상하면서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아이를 보면 내 아이의 성장에 흐뭇함 가득한 마음이 들었다가도 강하지는 않지만 또 마냥 부정할 수 없는 섭섭함이 고개를 들곤 하였다.


 엄마가 된 나는 예전보다 더 열심히 살았다. 나 자신만을 위하여 살 때 보다 내가 가진 몫 이상으로 해내려고 많이 노력하였다. 그것이 내가 내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굳게 믿었다.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를 배려하는 것이 나의 사랑법이었다. 아마도 나는 사람 사이에 배려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예전 자기소개서에서조차 '배려'란 단어를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난 얼마나 배려에 집착하는 사람인건지. 가끔 신랑과 부딪칠 때 역시 그가 나를 배려하지 않는 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였던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상대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말은 배려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스스로 배려란 이유로 자신을 위로하고 참 좋은 사람인 척 하기도 하였다. 요즘 들어 그런 나의 배려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이었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조금 다른 얘기인 듯도 싶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 상황이기도 하고 비교적 우리 나라가 코로나 위험에 일찍 놓여진 덕분에 나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내 기준으로 꽤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있고 제한된 범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보니 여유 시간이 더 많아지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나란 사람이 집안일에 소질도 의욕도 없는 터라 이러한 시국에 집안일로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지 않겠노라 나름 타당한 이유로 집안일도 놓고 참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가 등원하면 동네 친구들과 수다를 한참 떨다 집으로 돌아오면 최소한으로 집안일을 끝낸다. 가끔은 소파 대신 놓은 식탁의 벤치 의자에 누워서 하늘도 바라보고, 유튜브도 틈틈히 보고, 음악도 듣는다. 한마디로 난 요즘 참 한갓지다. 그러니 자연히 생각이 많아질 수 밖에.


 아이, 신랑, 친구들과의 대화도 곱씹어 보기도 하고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섬세하지 못한 내 행동과 마음가짐에 자책도 떨었다가 스스로 다독였다가 극단의 끝과 끝을 왔다가기도 하고 새삼 '균형'의 의미를 마음 속 깊이 느끼기도 하고. 어쩌면 인생의 중간 중간, 한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았을 일들을 요즘 아주 세세하고 충분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할까. 그러한 내 안의 감정과 생각의 꼬리를 물다보니 소심한 내가 지금 여기 이 곳에 글을 쓰는 지경에까지 왔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2020년 7월 미술 학원 다녀오는 길

 아이 미술 기다리는 동안 작가놀이를 위해 챙겨온 소중한 키보드를 아이는 더 소중한 벌레를 옮기는데 쓴다. 죽이는 것 아니고 사람들에게 밟힐까 옮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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