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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맘 Aug 16. 2020

극단적인 우리

 사람은 보통 자기 위주이기도 하지만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유독 나는 더 그랬던 것 같다. 사춘기 시절을  떠올려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생각이란 걸 하고 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지나치게 몽상을 많이 한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주위에 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로 인해 상처 받았을 내 가족, 지인들에게 한없이 미안해졌다. 어쩌면 나는 나 이외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나니 나는 쉬지 않고 나 자신을 설명하기 바빴다. 나 딴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 했던 과도한 설명들이 어떤 이의 눈에는 자기 방어나 합리화로 비쳤을 것이다. 요즘 말로 TMI라고나 할까. 뭐 사실이 그러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나 자신을 설명하고 그러면 날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 않았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인데 그때는 알지 못했고 그로 인해 나 역시 상처 받고 입을 닫았다. 그리고 변명조차 하지 않았던 본연의 나로 돌아왔다. 나는 참 극단적이었다. 여전히 그렇긴 하지만. 

 굳이 첨언하자면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가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점이다. 나의 진심이 통한 좋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다행히 남아 주었다. 나는 참 인복이 훌륭한 편이었다.

 혼자 있는 것을 꽤 즐기는 나이지만 그렇다고 혼자만 있는 상황을 즐기는 건 또 아니었다. 예전에 어렵게 구한 직장들이 계속 지방에 있는 탓에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은 내게 자유를 만끽하는 홀가분한 개방감 대신 외롭고 허전한 기억으로 남아있고, 늦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결혼을 서두르게 했으며, 여전히 주말부부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 되게 하였다. 아마도 네 자매의 큰 딸로 태어난 덕분에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끊임없이 갖길 바라면서도 한 편 가족을 한없이 그리워하는 그런 이중적이고 극단적인 성향을 갖게 된 것도 싶다.

 예전보다 활동 영역이 훨씬 좁아진 요즘, 나는 내가 혼자 있는 것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좋아한 사람이었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었다!) 원을 다시 보내기 전까지 3개월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나와 내 아이는 아주 오래 외출조차 하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내 아이가 나보다 더 혼자 있는 것을 잘 즐기고 집 안에서의 즐거움을 잘 찾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산책조차 거부 아닌 거부를 하고 집 안에서만 놀고, 먹고, 자는 것이 가능했던 것도 같다. 우리는 놀이도 하고, 싸움도 하고,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소소하지만 즐겁게 지냈고 그래서 우리가 아주 내향적인 성격임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친구를 무척 좋아하긴 하지만 그 수가 적지 않아도 되었고 반면에 혼자만의 시간도 적정 시간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그건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소중한 존재인 엄마와 아이와의 관계에서조차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누구보다 친밀했지만 결국 서로 부딪치기 시작했다. 본질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 당시엔 현상에 집착하였다. 마치 아빠와 별이가 부딪쳤던 '잠자리 독서'와 같이. 나의 경우는 '언니 놀이' 그것이었다. 그 놀이 관련해선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따로 적도록 하겠다.


 외출은커녕 창문 열기도 싫어하는 별이를 설득하여 거실 창을 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맑고 시원한 공기에 그동안의 불안이 조금은 사라진 듯했다. 1층이어서 가능했던 나뭇잎 낚시 놀이. 낚싯줄 끝에 테이프를 붙이고 문을 닫고 하루를 기다렸지만 아무것도 낚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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