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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맘 Aug 14. 2020

잡설

 집 밖 활동들이 줄어들면서 아이는 유튜브에 더 많이 집중하였다. 순전히 내 추측이긴 하지만 아마도 우리 아이는 또래에 비해 아주 꽤 많은 시간을 유튜브를 보는 데 사용하는 것 같다. 사실 아이는 코로나 상황 이전에도 그러했지만, 지금은 공식적으로 그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나 할까. 유튜브에 몰입 아닌 몰입을 하고 있는 아이는 직접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유튜버를 좋아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유튜브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내가 보기에는 그 과정이 참 흥미로웠다. 주위 아이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것은 유튜브를 즐기는 아이들의 보편적인 생각, 한마디로 자연스러운 욕구인 것도 같다. 사실 나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드는 것보다 독서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내가 책벌레란 뜻이 아니라, 순전히 겁쟁이에 소심함의 극치인 내가 자극적인 영상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듯싶다. 그리고 음.알.못인 내가 음악을 들을 때도 소리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텍스트를 읽는 것을 좋아해 공감 가는 가사가 있는 곡을 좋아하는 내 개인적인 취향 덕분이다. 내가 조금 더 수용 가능한 예술 영역이 많았다면 내 삶이 더 풍요로워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나는 활자가 좋고 그래서 책이 좋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많은 생각이 동시에 들어 괴로울 때가 많다. 아이가 어릴 때는 먹여야 하고 재워야 하는 생명의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모든 엄마가 그러하듯 내 욕구를 줄이고 거기에 집중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그렇게 힘들진 않았던 것도 같다. 물론 내 안에 들어온 이 작은 생명체에 크나큰 책임감이 가끔은 너무 무거워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고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이후에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많은 고민들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았던 것도 같다. 예전 외롭다고 느끼는 내게 아는 언니가 건네주던 지적 혹은 위로처럼, 아마도 지금은 살만하니까 그런 생각이 들는지도 모르지만. 


 아이의 몸이 자라는 것처럼 생각도 자라면서 나는 커다란 벽에 부딪친 것만 같았다. 아이의 욕구와 나의 욕구가 계속 부딪쳤고 나는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쏟아붓고 싶었다. 그것이 맞는 길인지 아닌지는 생각해 보지 못한 채로.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하루는 행복하고 하루는 힘겨웠다. 사실 나를 힘들 게 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아이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온전한 내 몫이었음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곤 한다. 이 세상에 옳고 그른 것이 있다는 그동안의 나의 기준이나 가치관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고민하고 계속 괴로웠다. 육아가 힘든 것은 육아 자체가 아니라 나만큼 때로는 나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날 것의 나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내 생각에 확신이 없었고 불안하였다. 나로 하여금 내 아이가 불행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혹은 내가 살면서 느꼈던 아프고 슬펐던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끝없이 나를 힘들게 했다. 또 어쩌면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좋은 것, 온전한 것만 주고 싶었던 나의 완벽주의적 성격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생각주머니가 점점 차오르고 그것을 거침없이 드러내기 시작할 쯔음이어서인지 이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이는 참 나와 다르구나. 내가 아니구나. 물론 같은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있구나. 그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지.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고맙다. 사실은 내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도 같다. 존재 자체로 너무나 명확하고 절실하게 사랑스럽다.                                               


아가, 엄마에게 와 주어서 너무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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