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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하지마비 재활생활

by 다이아

2024년 10월 22일(화) [2]


오후 2시, 재활치료실


어찌어찌 입장은 했지만 처음이라 어리바리하다.

치료실의 첫인상은 헬스장, 필라테스장, 도수치료실을 적절히 믹스해 둔 것 같았다.

덩그러니 주변을 관찰한다.


어떤 환자는 자전거를 탄다.

어떤 환자는 마사지를 받고 있다.

어떤 환자는 베드에 묶인 채 서있다.

어떤 환자는 보조테이블을 잡고 서있다.

어떤 환자는 줄에 매달려 하늘에 떠있다.


"으잇~샤! 으잇~샤! 으잇~~~샤!"


옆으로 보행기를 잡은 아저씨가 지나간다.

치료사님이 환자의 허리춤을 잡아주고 있다.

보호자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뒤에서 빈 휠체어를 밀며 쫓아간다.


"엉덩이 좀 넣고 걸어!"


아주머니의 잔소리에 맞춰 치료사님이 환자를 격려한다.


"엉덩이 넣고~ 조금 더 힘내봐요!"


한 편의 시트콤 같은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난다.

마음 한편에서는 부러움이 일렁인다.

래도 걸으시네.




14:00~14:30 운동치료 (광쌤)


"다이아님~ 어디 계세요?"


강인한 체격의 치료사님이 나를 부른다.

헬창의 냄새가 난다.

여기가 운동치료 맛집이겠구나!


운동 베드로 이동한다.

나의 하지 상태를 요리조리 체크한다.


이리 굽히고

저리 굽히고

여기 근력을 체크하고

저기 근력을 체크하고


"음, 이 정도군요."


내 현재 상태로도 할 수 있는 맨몸운동부터 해보자고 한다.

드디어 시작인가!

마음이 비장해진다.


그가 나에게 내린 첫 미션은?

발뒤꿈치 끌기(Hill Slide)였다.


비장한 마음과 상반되는 하찮은 동작!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다리를 끌어오는데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난리다.

3세트 정도하고 나니 땀이 나기 시작한다.


다음 동작은?

사이드 레그레이즈(박봄 다리운동)였다.

다리를 올리려니 골반과 다리가 흔들흔들 개업풍선처럼 춤을 춘다.

동작을 수정해 난이도를 낮춘다.

광쌤의 보조로 간신히 수행한다.

이후 몇 가지 비슷한 수준의 동작을 해본다.


25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업의 종료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린다.

끝났나 눈을 번뜩이는 찰나


"제 어깨 잡아보세요. 세워드릴게요."


광쌤이 내 골반을 잡고 나를 들어 올린다.

으어어어어어어

이게 뭐지?!

역기가 된 느낌이다.


"이렇게 앉았다 일어났다 몇 번 반복할 겁니다.

앞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저를 쿠션으로 쓰시고 뒤로는 베드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같이 하시는 건 안전하니까

걱정 마시고 다리 감각을 느껴보세요."


서있지만 다리에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 지금 서있는 게 맞는 건가?

멀미를 하듯 어질어질하다.

무슨 감각인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앉았다 일어나기를 몇 번 마치고 수업이 종료됐다.

현기증을 뒤로하고 남편과 함께 다음 치료 장소로 이동한다.




14:30~15:00 작업치료 (빈쌤)


운동치료는 이름부터 직관적이었다.

반면 작업치료는 조금 생소했다.


빈쌤이 상냥한 표정으로 내게로 온다.

작업치료란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훈련이라고 설명해 준다.

곧이어 간단한 문답을 진행한다.


Q. 휠체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A. 남편이 다 해줍니다...


Q. 화장실은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A. 뒤처리 빼곤 남편이 다 해줍니다...


빈쌤이 접수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첫 번째 훈련은?

휠체어 혼자 타기다.


침대에 비스듬히 휠체어를 주차한다.

휠체어의 팔 부분을 뗀다.

다리, 엉덩이, 발 등을 정렬한다.

손과 팔에 힘을 준다.

힘차게 엉덩이를 들어 옮긴다!


(참고) syrebo, 하반신 마비 환자의 트랜스퍼


나에게는 다행히 윗허벅지의 근력과 감각이 일부 남아있었다.

그 부분에 힘을 주어 엉덩이를 하늘로 띄울 수 있었다.


남편은 나와 휠체어의 위치를 조정해 주고, 내가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바지춤을 잡아준다.

이때까지 남편 의존도 100% 였다면 이 방법을 통해 50% 정도로 낮출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훈련은?

바지 혼자 벗기다.


고무밴드를 허리에 낀다.

엉덩이를 좌우로 띄우면서 밴드를 조금씩 벗는다.


이 두 가지 훈련을 무한반복!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하다.




마지막으로 재활치료용 자전거를 30분 타고나니 오늘의 재활치료가 끝났다.


혼자 서고

혼자 화장실을 가고

혼자 걷게 될 날을 꿈꾸며

땀을 닦고 병실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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