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2일(화) [1]
예정됐었던 퇴원 D-Day 오전 9시
신경과 J 교수님과 퇴원 진료를 진행했다.
"다이아 님의 척수 병변이 다발성 경화증으로 진단하기엔 길어요.
시신경 척수염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요."
다발성 경화증이 아닌건가요?
그리고 시신경이요? 어제 안과 협진에서 별 특이사항은 없다고 했는데...
"아직 진단을 내리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항체검사 결과까지는 나와봐야 조금 판가름이 될 것 같으니 2주 정도 더 기다려 보시죠."
계속 생각하지만 투병의 80%는 기다림이다.
병명을 알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험난하다.
"병실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재활의학과에서 방문할 거예요.
전과 얘기해 뒀으니 면담 한번 해보세요."
역시나 투병은 기다림이다!
점심식사 직전
재활의학과 간호사님이 찾아왔다.
내 하지의 상태를 둘러본다.
다리의 힘을 요리조리 체크하고 뭘로 찌르고 문질러보며 감각을 본다.
이어서 재활의학과 Y 교수님이 들어온다.
다리 상태 확인이 반복된다.
"일단 저희 과로 전과 하시죠.
현재 상태로 집에 가시면 다치실 거예요.
집에서 생활하시는 방법, 보호자분이 거동을 도와주는 방법, 운동하는 밥법 등을 짧게 1~2주라도 배우고 돌아가세요."
좋았어!
생각보다 간단하네?
재활의학과에는 별도의 병동이 없으니 이 자리에서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렇게 나는 재활의학과 전과에 성공했고
Y 교수님은 나의 두 번째 주치의가 되었다.
주변의 모두가 전과는 너무 기대하진 말라했는데!
아무래도 임산부 프리미엄이 있는 것 같다.
전과가 결정 나니 속전속결이다.
점심 먹고 2시부터 바로 치료 시작하자고 한다.
간호사님이 스케줄표를 나눠준다.
나에겐 총 6개의 수업이 배정되었다.
각 수업은 30분씩 총 3시간이다.
보통 열전기 치료도 진행하는데 나는 임산부이니 생략하자고 한다.
(오전)
09:00~09:30 작업치료 (별쌤)
09:30~10:00 운동치료 (정쌤)
10:00~10:30 기구치료 (실내자전거)
(오후)
14:00~14:30 운동치료 (광쌤)
14:30~15:00 작업치료 (빈쌤)
15:00~15:30 기구치료 (실내자전거)
재활은 어떻게 진행될까?
다시 걸을 수 있을까?
나는 재활에 대해 정말 무지했다.
접했던 미디어 속에서의 재활치료를 생각해 본다.
# 빨리 감기형
교통사고 등으로 주인공에게 장애가 온다.
열심히 재활하는 모습이 빠르게 지나간다.
몇 개월 후 건강해진 주인공이 짠! 등장한다.
주인공의 복수가 시작된다.
# 회상형
운동선수인 주인공이 큰 부상을 당한다.
열심히 재활하는 모습이 빠르게 지나간다.
재활 덕분에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선수로서는...
아픔을 가진 주인공의 러브스토리가 시작된다.
건질 내용은 딱히 없다.
미디어 속에서 재활은 주인공에게 주는 간단한 시련처럼 묘사된다.
그들은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나 일상생활을 하던데...
나도 그럴 수 있겠지?
잡념을 뒤로하고 남편에게 안겨 휠체어에 탄다.
그래도 링거가 없으니 한결 편하다.
지하 2층에 위치한 재활치료실로 향한다.
두근두근! 재활생활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