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8일(금)
새벽 12시 30분
뇌 MRI 검사가 있단다.
뇌와 척수는 연결되어 있어서인지 염증이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익숙한 복도를 지나간다.
하품이 나온다.
MRI는 왜 야밤에만 찍을까?
간호사님께 물어보니 MRI는 환자 수요가 많은데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검사라서
이 병원에서는 24시간 돌리며 낮에는 외래환자 위주로 밤에는 입원환자 위주로 검사한다고 한다.
MRI 검사실에 도착하니 익숙한 요청이 들어온다.
부축해 줄 테니 MRI 기계까지 몇 발자국 걸어서 가달라고 한다.
안될 것 같다 대답했다.
그러자 나를 폭이 좁은 이동용 침대에 눕혔다.
MRI 기계 옆으로 이동한다.
이불 같은 걸로 나를 미끄러트려 침대로 옮긴다.
오, 흥미로운 이송의 세계!
간호사님이 익숙한 조치 및 설명을 한다.
귀마개, 헤드셋을 착용시킨다.
손에 콜벨을 쥐어준다.
움직이지 말고, 숨을 얕게 쉬기를 지시한다.
검사 시작합니다 안내와 함께
드르륵 기계에 빨려 들어간다.
저번에 한번 해봤으니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체력저하와 하반신 상태 악화로 생각 외로 힘들다.
귀를 찢을 것 같은 검사 소리, 이에 따른 두통 그리고 하반신 저림 통증이 섞이며 식은땀이 줄줄 난다.
간호사님이 격려차 콜벨을 울린다.
"검사 절반 진행했어요~
긴장 푸시고 숨은 조금 더 얕게 쉬어주세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듯 지나간다.
그게 쉽겠냐?
으아 힘내자!
MRI를 끝내고 쓰러지듯 잠들었더니 어느새 아침.
주치의 선생님이 회진을 와서 나를 깨운다.
"MRI 상 뇌에도 작은 병변 2개가 있네요.
혹시 최근에 시력이 저하되거나 뿌예지는 것 같은 증상이 있으셨나요?"
병실이 건조해서 좀 뻑뻑하긴 하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얘기한다.
J 교수님은 약간 주저하다 얘기한다.
"환자분, 척수염에 대해 찾아보셨죠?
MRI 판독결과도 기다려보고, 유발전위검사, 항체검사, 안과 협진 등을 더 해봐야겠지만
환자분이 다발성 경화증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 잘 모르겠는데?
설명을 청하자 척수, 뇌, 시신경 쪽에 반복적으로 염증의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는 병이라고 한다.
희귀병이자 난치병이지만 최근에 예후가 많이 좋아졌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의 뉘앙스가 싸하다.
이거 진짜 큰 병인가?
회진이 끝나고 다시 돌아온 검색타임.
남편과 나의 손가락이 분주하다.
다발성 경화증은 뇌, 척수, 시신경으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질환으로, 환자의 면역체계가 건강한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20~30대에 잘 나타나며, 여성에게서 더 흔하게 발병한다.
어떤 중추신경계가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① 시신경: 장애/상실
② 뇌간: 안진, 겹쳐 보임
③ 척수: 감각·운동 장애, 배뇨·배변 장애
④ 대뇌: 마비, 피로, 인지기능 장애, 우울
⑤ 소뇌: 보행·균형 장애, 떨림, 어지럼증
면역 조절 제제로 다발성 경화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늦춘다. 재발이 잦아질수록, 예후가 나빠질 수 있기에 최대한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 치료의 1차 목표이다. 그러나 면역 조절 제제는 다발성 경화증을 완치하거나 이미 발생한 장애를 완전히 없애거나 중추신경에 발생한 손상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20~30대 여자에게 흔하다고!
진짜 이 병인가?
다만 내용을 읽어봐도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느껴진다.
결국 척수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보니 치료 방법이나 뉘앙스가 비슷한 느낌이다.
어쨌든 의심 질환이 나오니 마음이 조금 편하다.
슬슬 내 병에 대해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듣더니 보험사에 다니는 친구가 그런다.
"약관 작성하면서 중대한 질병이라고 써보기만 했지...
네가 다발성 경화증일수도 있다니..."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듯 지나간다.
중대한 질병? 가슴이 철렁하다가
보험금 받나? 슬쩍 입꼬리가 올라갈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