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1일(토)
아빠와 엄마가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방문했다.
그간에 힘듦이
엄마와 아빠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흘러넘친다.
눈물을 가까스로 참아 넘긴다.
아빠는
이제 내 몸만 신경 쓰라고
고생했다며 나를 꼭 안아줬고
엄마는
글썽한 눈으로 나를 껴안고
괜찮아라며 토닥여줬다.
남편도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묵묵히 곁을 지켜준다.
나도 애써 미소 지어본다.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게
억지로 텐션을 올리다 보니
실제로도 기분이 더 나아지는 듯하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아귀찜!
휠체어를 끌고 돌돌돌돌 나간다.
치료사쌤 중 한 분이
병원 근처에 유명한 아귀찜 집이 있다고
매콤한 걸 좋아한다면 기분전환 하라며 추천해 줬다.
물론 그녀는 내가 몰래 병원을 탈출해 먹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죄송해요 빈쌤 ㅎㅎㅎ
엄마, 아빠, 남편과 함께
아귀찜 대자를 시켜 야무지게 먹고
볶음밥까지 클리어한다.
아빠는 매주 와서 맛있는 거를 사주겠다고
맛집을 잘 찾아놓으라 지시를 내린다.
넵넵!
기분 좋게 대답하고 병원으로 복귀한다.
복귀 후엔 휠체어를 병원에 내려두고
살살살 걸어서
근처에 도보 1분 내외 카페를 가보기로 한다.
엄마와 남편의 부축을 받아 한걸음 한걸음 떼 본다.
열심히 끙차끙차 걸어
카페에서 주문을 시키고 나니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몰려온다.
자리로 돌아가니
아빠가 동영상을 찍었다며 보여준다.
아직 많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얼추 걷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다 함께 모여
도란도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이따금씩 진짜 미소를 짓는다.
그래.
이 또한 견뎌낼 수 있을 거야.
얼마 전 남동생이
아빠의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들을 찾아줬다.
위의 동영상을 포함한
아빠의 스마트폰 속 추억을 마주하며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쳤다.
가족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아빠의 시선에서 보는것은 또 새로웠다.
아픈 딸래미를 향한 격려부터
엄마를 향한 개구진 장난끼와 사랑
언니와 남동생을 향한 무한한 애정
사위들을 향한 고마움
그리고 조카를 귀여워 하는 마음까지
아빠의 기록들 속에서
나는 또 위로받고
나는 또 다시 일어나기 위한 결의를 다진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던 나를
어김없이 일으켜 세운 것은
언제나,
가족들의 사랑이다.
이 소중한 마음
평생토록 잊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