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행동이 보여주는 내 욕심?
나는 높은 곳이 좋다.
차도 높은 SUV가 좋다. 면허를 딸 때도 1종이 트럭이어서 그걸로 결정했다. 물론 그 이유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높은 차로 연습하는 게 좋았다. 집도 층수가 높-은 곳이 좋다. 30층에 가까운 집에 살다 보니 3층에서 지냈던 기숙사 생활이 무진장 답답했다.
어릴 때도 높은 곳을 좋아했다고 한다. 어릴 적 사진을 보면 나는 항상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갔다. 의자 위에 앉는 것보다 서있는 걸 좋아했다. 그래야 더 높은 시야를 가질 수 있으니까. 얼마나 높은 곳이 좋으면 소파 등받이 위에 올라서는 걸 좋아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께선 "얼마나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자꾸 높은 곳에 올라가냐"고 하셨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이끄는 걸 좋아했다. 초, 중학생 때까지는 자신감이 지금만큼 넘치지 않았다. 딱히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내가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하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나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자신감에서 나오는 당당함. 그게 필요했다. 필요하니까 없어도 있는 척을 했고 있는 척을 하다 보니 정말 갖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앞에 서는 일이 많아졌다. 행사 때 앞에 나가 사회를 보고, 임원을 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참 많은 경험을 했다. 한 번 해보니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또 하고 또 하게 된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일하며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행복했다. 대학생 때는 과대표를 했고 그 이후로는 성격이 또 얌전해지면서 잠시 쉬는 중(?)이다. (절대 나이 들어서 에너지 없어진 거 아니다)
며칠 전 운전을 하면서 "엄마 나는 세단보다 SUV가 좋아" 라고 했더니 엄마가 또 어릴 적 이야기를 하신다. 그래서 나는 대답한다.
"맞아, 그냥 위에 올라가면 마음이 안정돼. 나는 높은 곳이 편하고 좋아.
더 많이 보이고 그럼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게 내 통제권 안에 들어오잖아.
그래서 마음이 편해."
많은 거 신경 안 쓰는 게 편하다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게 속 편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 대로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나는 많이 알아야 마음이 편하다. 모르면 불안하다. 그래서 계속해서 배우고 연구하고 알아보고 궁금하면 두드려 본다. 가끔 피곤하기도 하다. 그냥 모르고 살아도 되는 건데 굳이 왜 파헤쳐 보나 싶을 때도 있긴 하다. 그래도 그게 나인 것 같다. 그게 재밌다. 나는 그렇게 살아야 하나보다 ㅎㅎ
누가 보면 피곤해 보일 수도 있는 생활이, 나는 재밌다. 엄마 말씀대로 내가 높이 올라가려고 준비하는 과정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