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가족이 되었어요
아이를 낳는 것, 정말 꿈꾸던 일이라 다 좋은데 한 가지가 걸리는 것이였다.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그 기적, 그 기적같은 남자.
남편의 아이를 낳는건데도(?) 남편이 걸리는 것이였다.
신랑을 처음 만났을때, ‘와 내가 서른 중반에 이렇게 설렐 수가 있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한 달은 신랑 생각에 하루에 한두시간만 자며 도파민 과민 생성 상태로 지내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기가 세다’는 말을 많이 들은 나는
아무래도 기가 센 상태로 평생 살았다보니 대체 내가 뭐가 기가 센건지
스스로 인지하기가 참 어려웠다.
아직도 그 부분은 인지하기는 어려운데 문제는 그래서 내가 남자를 항상 만만하게 여기는 점이였다.
솔직히 존경하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는 여자들도 이해가 안갔다.
누가 누굴 존경해~~ 하는 생각? ㅎㅎ
연애는 했었지만 보통 친구 같거나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 정도였다.
신랑은 신기하게도 처음부터 나를 귀엽게 봤다.
나를 당연히 어려워하지도 않았고 거기에 자상한 애티튜드까지...
내가 좋아하지 않던 ‘오빠’라는 호칭이 절로 나왔다.
거기에 성실하고 자수성가한 그의 삶은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그간 이해 못한 존경하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무리 중 하나가 되었다^^
그의 아기를 갖는 것까지 모두 순탄했는데
아이를 낳고 뚱뚱해지는 몸, 출산 과정을 보면 남편이 잠자리를 피한다는 이야기 등등
임신으로 인해 아직 설렘 가득한 우리의 신혼이 긴장감 없는 결혼 현실로
들어설까봐 두려웠다.
나는 절대 출산 과정 신랑 안보여줄거야. 분만장에는 친정 엄마만 들어와요. 했었는데..
갑자기 입원해서 출산하게 생겼으니 ㅠㅠ
거기에 아이 낳고 탯줄을 자르려면 신랑은 분만장에 함께 있어야 했다.
결국 탯줄을 자르는 감동을 놓치지 않는게 더 중요했던 나는 신랑도 함께 있는것에 동의했고
그렇게 앞으로는 내 예상이나 뜻대로만 인생을 살 수 없다는걸 깨닫기 시작했다.
힘 주면서 얼굴에 핏줄도 터지고 한다는데... 이런 모습까지 보여줘야 한다니.
속상해 하기도 전에 진진통 시작 30분만에 호흡에만 집중하며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
(다행히 운좋게 무통주사는 맞게 되어 통증은 덜 했다)
그리고 그 때 남편이 그렇게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
우리 둘다 서로에 대한 긴장감과 체면은 집어 던지고 부모라는 깊은 관계로 도약한 순간이였다.
아이도 울고 신랑도 울고... 진심으로 그가 내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자
그간 안고있던 걱정은 눈녹듯 사라지며 우리는 진정으로 끈끈한 가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