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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Dec 10. 2020

끔직하게 싫어하던 일이 좋아질 수 있을까?

1분도 못 달리던 내가 5km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작년 가을부터 달리기가 좋아졌다. 나는 평생을 달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달리기는 내게 고역이었고 고문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오래 달리기를 하다가 쓰러질 뻔해서 체력장이 있는 날이면 보건실에 들락날락하는 게 일과였을 정도이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분 러닝 열풍 때문이었는지, 도전의식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달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조금만 달려도 땀이 뻘뻘 나는 더운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이 프로그램만 따라오면 누구나 30분 이상을 달릴 수 있게 된다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계획표 하나만 달랑 믿고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1단계조차 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1단계가 1분 30초 달리고 5분 걷기였나 그랬을 것이다.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1분도 달릴 수 없었다. 나는 안 되는 건가 싶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1분을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했다. 


하루에 30분씩 달린 날에는 도장이 찍히는 런데이 어플도 사용했는데 단계별 프로그램이 짜여있기 때문에 초보자용으로 추천한다.


  실력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1단계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었고 그렇게 일주일에 2~3번씩 꾸준하게 달려서 한 단계씩 완성해나갔다. 야외를 달리는 그 기분이 참 좋았다. 더구나 그때는 코로나도 없던 시기라서 내 두 발이 땅을 딛고 나가고 바람이 얼굴과 몸을 간지럽히는, 살아 숨 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새벽에는 달리면서 동이 터오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고 오후에는 기분 좋은 햇살, 저녁 무렵에는 야경, 밤에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주변의 자연을 느끼며 함께 달렸다. 혼자였지만 함께인 그런 기분이었다. 실력은 조금씩 좋아져서 어느새 3~4km를 달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지점에서 고비가 찾아왔다.

난생처음 6km 넘게 달린 날

  아무리 연습해도 5km를 채울 수 없는 것이다. 국내 마라톤은 대부분이 5km가 시작이고 그마저도 흔치 않기 때문에 무조건 5km는 달릴 수 있었어야 했다. 그냥 무작정 달리고 다음 날 또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가 무리해서 병원도 가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달리다가 다친 날도 있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하고 회의감이 밀려온 날도 있었다. 그래도 달렸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려고 노력했다.


  컨디션이 좋아서 오늘은 오래 달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어느 날 나는 드디어 5km를 달렸을 뿐만 아니라 그 보다 많이 달릴 수 있었다. 호수공원 한복판에서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거나 짧고 쉬운 거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평생을 해보지 못한 일이었고 노력만으로 얻은 값진 결과라서 그처럼 뿌듯한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뒤로 달리기 대회에 나가보기도 하고, 같은 거리라도 속도도 높여보기도 하고, 다른 곳에 원정을 가서 달려보기도 하고, 지인들과 함께 달려보기도 하 달리기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체력과 몸매가 좋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처음으로 페이스가 7분 이하로 나온 날

  사실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체력 몸매도 아닌 자신감이다. 가장 못하고 평생 싫어했던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경험해보지않은 다른 일에 도전을 할 때 이까짓 일은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해낼 수 있다는 도전의식의 자양분이 되었다. 시련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성공은 그 시련의 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 번도 달려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취미활동으로 달리기를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달려야 해서 답답하긴 하겠지만 달리기만의 매력을 느끼는 순간 행복감 또한 느끼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는 직접 부딪혀봐야 제대로 아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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