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나무를 바라보다가
내 인생의 가을
흔히 20대를 청춘이라고 한다. 청춘을 끝내고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던 날 밤, 생각보다 담담했다. 치열하고 뜨거웠던 20대를 지나 30대에는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단풍처럼, 여름내 맛있게 익은 열매처럼 결실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했다.
뜨겁지도 못하게 미지근한 청춘을 보낸 내 인생에 이제 남은 것은 가을과 겨울뿐인 걸까? 그렇게 한동안 가을을 찾아 헤매던 내게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왔다.
내 인생에서 가을은 한 번에 오는 게 아니었다. 매년 크고 작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반복되었다. 모르고 있었을 뿐 가을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곧 가을이 오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느새 단풍잎이 한 두 개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