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기 Jan 06. 2023

내가 만나게 될 천명의 아이들에게

너희가 내 아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랑해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아이를 낳아서 길러보지 않는다면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없고, 부모님의 마음에 공감을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작은 걱정말이다.

  그런데 나는 매해 만나는 아이들이 정말로 사랑스럽다. 내가 낳은 아이들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신 아이들의 부모님께 마음속으로 감사드릴 정도로, 그렇게 아이들이 좋다.

  물론 힘들기도 하다. 서로 싸워서 중재할 때나, 떠드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해야 할 때 힘에 버거운 순간들도 있고, 특히 아이들의 몸이나 마음이 다칠 때면 내가 다 아프다.  

  그래도 매해 아이들과 헤어질 때면 이토록 그립고 슬픈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아이들 또한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었고 서로 정이 들었기 때문에 이런 감정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도 아닌데 일평생 천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제는 이별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울보 담임인 나는 올해도 많이 울었다.

  아이들 앞에서 다 큰 어른이 운다고 창피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익숙해지지 않고 매해 울어도 괜찮다. 매해 다른 아이들이니까 그 아이들만을 위한 진심 어린 눈물이니 괜찮다. 천 번 울어도 수 만 번 웃었을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죽음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