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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chterin 여자시인 Jan 20. 2022

아무런 이유 없이  (詩)

자작시 | 너의 부끄러움을 무릎 쓴 용기가 내 가슴에 꽃을 심어 피워낸다



네가 나를

아무런 이유 없이 

보고싶어 해 주어서

그냥 지나가는 김에

별안간

네 머리 속에

내가 튀어나와서

아무런 계획 없이

내가 보고싶어져서

내게 안부를 물어주어서

조금도 숨기지 않고

적나라한

네 글자를 고스란히

써 주어서


보고싶어


나의 가슴에

국화가 노랗게 노랗게

아주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네가 나를

아무런 이유 없이 

그리워 해 주어서

보고파 해 주어서

오늘 네 머리 속에

하필 내가 떠오를 수 있게

너는 의도하지 않아도 그래주어서

너는 다정하게

그리고

용감하게

너의 그리움을 내게 말해주어서

나는 와 하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웃음과 배합하여

내 국화밭에 뿌리겠다



네 그리움이 전해져 만들어낸

내 눈물에 섞인 미소가

노랗게 황금색으로 빛나는

내 가슴에 핀 꽃들에게

다정하게 시원하게 촉촉하게

가 닿을 것이다



보고싶다는 말은

조금 부끄러운 말인데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무릅쓰고

그마저도

이유 없이 나를 보고싶어 해 주어


나는 꽃들 가운데

가장 빛나는 곳에 네 자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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