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 너의 부끄러움을 무릎 쓴 용기가 내 가슴에 꽃을 심어 피워낸다
네가 나를
아무런 이유 없이
보고싶어 해 주어서
그냥 지나가는 김에
별안간
네 머리 속에
내가 튀어나와서
아무런 계획 없이
내가 보고싶어져서
내게 안부를 물어주어서
조금도 숨기지 않고
적나라한
네 글자를 고스란히
써 주어서
보고싶어
나의 가슴에
국화가 노랗게 노랗게
아주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네가 나를
아무런 이유 없이
그리워 해 주어서
보고파 해 주어서
오늘 네 머리 속에
하필 내가 떠오를 수 있게
너는 의도하지 않아도 그래주어서
너는 다정하게
그리고
용감하게
너의 그리움을 내게 말해주어서
나는 와 하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웃음과 배합하여
내 국화밭에 뿌리겠다
네 그리움이 전해져 만들어낸
내 눈물에 섞인 미소가
노랗게 황금색으로 빛나는
내 가슴에 핀 꽃들에게
다정하게 시원하게 촉촉하게
가 닿을 것이다
보고싶다는 말은
조금 부끄러운 말인데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무릅쓰고
그마저도
아
무
런
이유 없이 나를 보고싶어 해 주어
나는 꽃들 가운데
가장 빛나는 곳에 네 자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