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눈

축축하게 젖은 눈이 물을 머금고 눈에 내려앉아 흐르는 것

by Dichterin 여자시인

물눈



물기 많은 눈이 내린다

물이 묻은 눈은 쌓일 새 없이

내려앉기가 무섭게 사라졌다


눈은 이제 도로 비가 되어 창을 치고 지나간다

아까는 조용히 눈이 침묵하는 밤을 노크했는데

이제는 성에 낀 창문을 굵어진 빗방울이 노크한다

모처럼 다시 나는 시를 쓰는데

밤은 이미 눈을 쓰고

눈은 또 밤의 침묵을 쓰고

침묵은 고개를 들어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별은 가려 모습을 감추고

나는 시를 쓰다 말고 별을 그리워하고

내 시는 별이 되어

밤 속에 자리를 펴고

침묵하는 소리를

눈을

눈 섞인 비를

비가 되고 싶은 눈을

한 알씩

한 점씩

붙여나간다


물기 어린 눈이 눈을 보고 말한다

물 묻은 눈은 젖은 눈을 만지고 지나간다

지나가기가 무섭게

얼어버린

물눈

거기에 섞인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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