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보기는 틀렸다고 기상청이 알려주었다.
대신 비가 산발적으로 내린다고 했다. 나들이를 희망하는 이들의 연휴를 망치고 있다.
형제들의 전화를 받았다. 대화내용은 60년이 넘도록 데칼코마니다.
원고 교정을 보고 있는데 오래 쳐다보기 힘들다. 눈이 뱅글뱅글 도는 느낌이다.
부모님, 큰 형님 생각이 난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대화는 불가능하다.
손위 처남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이가 드니 주변사람이 그리운가 보다.
우리 동에 사는 주민 중 한집에서만 왁자지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전엔 이런 모습이 흔했으나 지금은 귀한 풍경이다. 다소 시끄럽지만 거슬리지는 않는다.
길고양이 두 마리가 구축물 지붕 위로 올라가 한가롭게 잠을 청하고 있다. 그들은 다가오는 겨울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약수터 수도꼭지를 틀자 비둘기 한 마리가 겁도 없이 달려든다. 목이 많이 말랐었나 보다.
완전 홍시가 된 야생 감들이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도심 속에서 자란 과일이라서 그런지 그 누구도 손을 대지 않는다. 순환만 거듭하고 있다.
벚꽃계통의 나무들은 벌써 대부분 낙엽이 떨어졌다. 선입선출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풀벌레 소리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힘이 부친 모양이다. 갈 때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송편이나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들도 가족과 고국이 그리울 것이다. 남의 집에서 살기가 어렵듯 남의 나라에서 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개미도 돌아다니는 개체수가 줄었다. 할당량을 못 채운 녀석들만 분주히 오간다.
밤도, 상수리도, 도토리도 거의 떨어졌다. 들짐승은 입맛만 다시고 있다.
욕심 많은 인간이 배낭을 메고 와서 수거해 간다. 전동휠체어에 의지하는 영감님도 밤을 줍겠다고 난리다. 빨리 죽어야 한다. 만년까지 똑같은 정신 수준으로 산다면 재앙이나 다름없다. 추석 즈음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가기 좋은 계절이다.
추석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