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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딛우 Feb 14. 2024

저는 진행형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냄, 하고 있음.'이라는 것이 결국 포인트



"그래서 그 일로 돈은 좀 벌었어?"

"너도 이제 좀 안정적인 일로 돈도 벌고, 결혼도 하고 해야지."


어느 어른이 내게 했던 말이다.

그래서 떠올렸다, 내가 아는 이 어른은 안정적이었던가.

지금 내가 볼 땐 나보다 당신이 더 불안요소가 많아 보입니다만, 뭐.

사실, 그건 그의 사정이지 내 사정이 아니라 더 말을 잇진 않았다.


그 후,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참 많이도 망설이고 헤매고, 고민하고.

그러나 결국 행동하지 못해 실패조차 해내지 못하던 때도 있었고.


그나마 좀 더 나아갔다고는 하는 진행형일 때도,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그저 미완성이란 느낌에 말하기 껄끄럽고, 부끄럽기만 하던 때가 있었다. 

 

요즘도 두 번째 웹소설 계약을 하고자 나름 박차를 가하고는 있는 나는 

뭔가 또 혼자 어설픈 완벽주의에 빠져서 잔뜩 겁을 먹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이전에 생각하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냄, 하고 있음.'이라는 마음이 

결국 중심에 있어야 함을 떠올렸다.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내게 온전히 열려 있는 문은 없다.

수많은 벽을 쳐보고 그중 벽처럼 보이지만 빼꼼히 내게만 간신히 열려주는 하나의 문을 찾는 것. 


이렇듯 나는 진행형이다.


진행형이라는 건 초보일 수도, 어설플 수도 있다.

융통성이 없기도, 그러다 또 다른 실패만 쌓을 수도 있지만. 

행하며 결코 비워지는 것이 아닌 반드시 나에게만 남는 '채움'이 있다는 게 정말 값지고 빛나는 것이라는 걸 조금은 알고 그런 지금이 좋다.


내게 안정적인 삶을 말하던 그 어른도, 이런 이야기를 여기 쏟아내고 있는 나 또한.

우리 모두는 절대 안정적일 수 없을 것이다.

육각형으로 모든 게 균형을 이뤄 채워지는 날은 결코 없겠지만 스스로 진행형임을 인정하고

채워가며 느끼는 그 감정들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적어도 불행한 삶은 아닐 것이다.


나는 내가 진행형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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