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시기가 있음을 몸소 보여주는 유일한 존재
제주는 벌써 홍매화가 피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어느 곳에는 벌써 성큼, 성질 급한 봄이 미리 나선 모양이다.
춥다 춥다 하며 겨울을 보내다가도,
꽃 소식이 들려오니 '벌써 봄이야?' 싶다.
뻔한 말이긴 한데,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난 늘.
무릇 각자의 꽃을 피우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는 말이 떠오른다.
언젠가 꽤나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버거웠던 나에게
그 말은, 조금이나마 두 발 딛고 좀 더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주었으니.
여기저기 수없이 피고 지는 그들은 저마다의 시기가 있음을 몸소 보여주는 유일한 존재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길가의 한 줌 꽃이며, 풀들은 인간인 나보다 얼마나 악착같고 어엿하며 지혜로울 거인 같은 존재일지.
구구절절 말 한마디 없이 묵묵하기까지 하다.
그저 저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오롯이
'자, 내가 해낸 것들을 보기나 해.'라며 보여주는 게 다일뿐인.
그들을 보며 감탄하는 게 겨우 일 뿐인 나는 그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나약할지도.
고작 한 줌의 꽃이며 나무며, 하다못해 풀이라도
사방에 둘러싸여 있는 그것들을 보고 번번이 위안을 받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