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딛우 Feb 17. 2024

나약한 인간 1, 오늘도 저는요

이렇게 저렇게 반복되지만 어느 하나 같지 않은 일상

특별히 나를 괴롭히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알람을 굳이 일어나야 할 시간인 20분 전부터 5분 간격으로 추가 설정을 해 두었어요.


7시 40분에만 일어나면 되는데, 7시 20분부터 알람이 울려요. 5분 간격으로.

아침에 일어나는 게 유난히 버거운 날이 있어요.


라섹수술을 한 뒤론 아침에 눈 뜨는 것조차 일이라 서둘러 손을 더듬어 머리맡에 둔 안약을 껌뻑대며 넣어요.

촉촉해진 눈으로 끔벅이는 눈, 꼼지락대는 발끝은 여전하고 절대로 회사 가기 싫다는 듯 천장을 바라봐요.


그러다 40분.

모든 알람이 다 중단되고 더 이상 울릴 것이 없을 때가 되어서야. 저에게 마지막으로 3초를 줘요. 일,이,삼.

“그래도 가야지.” 주문처럼. 그렇게 혼잣말을 껌 씹듯 중얼대거든요.

바보처럼 비장하게 일어나는 게 하루의 시작이에요.


*


아마도 저에게 주어진 하루 에너지의 총량이랄까.

그건 조금 활기차다 느껴지는 남들보단 적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애써 모든 것에 감각을 곤두세우지 않으려 노력하고 노력한 지금의 전 조금 무심하다,

무디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이거저거 다 시선을 주고 귀를 기울이며 살자니 스스로가 너무 피곤해서. 정작 에너지를 쏟아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어서. 그건 내 일상에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이 든 어느 날부터 무조건 바꿔나가야겠다 결심했던 일이에요. 근데 또, 결심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요즘도 많이 흔들려요.

사람에, 상황에, 시선에, 들려오거나 보이는 모든 것들에. 여전히 나약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간 1이라서.


*


그 '인간 1'이 기특하게도 출근을 해요. 아침에 대략 40분 정도를 걸어서 가고 있어요.

날씨가 험한 날이면 버스를 타긴 하지만, 보통은 걷는 게 더 좋아요.

온몸을 접어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게 너무 싫다 보니 그냥 좀 귀찮아도 선선한 공기 마시며 걷고 있어요.

걷는 건 유일하게 질리지 않는 제 장기 중 하나가 된 거 같기도 해요.


9시가 되기 5-7분 사이에 대부분 출근 체크를 하고 들어서는 편이에요.

지각은 거의 하지 않는 나름 성실한 출근자 나는야 '인간 1'.


누구나 그렇듯 부쩍 일이 많은 날이 있잖아요, 요즘 더러 일이 많은 날이 있고. 느닷없이 주어지는 일들이 종종 늘어나서 회사에서 여유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아졌어요.그렇지만 감사함을 갖고 다니고 있어요.

코로나로 실직자가 되어보고, 그렇게 일상이 한 번 와르르 무너져보고 나니 매일매일 내가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안심스러운 일인지를 뼈아프게 느꼈거든요.


불만쟁이, 불평쟁이이긴 하지만. 적당히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면서

내가 완벽할 수 없듯 직장 또한 그런 존재이지만, 분명한 건 감사한 마음은 없지 않다는 것이에요.


*


일을 하면서는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곤 해요. 대부분의 모든 일은 각자의 것만 잘 처리함으로써 해결이 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면 껄끄러운 점은 피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사회생활은 물론 좋게, 둥글게, 가능한 한 웃으면서 하자 주의에요.

화가 나도, 기분이 나빠도 그냥 한번 웃고 말자 하고 무던히 넘기려 노력하는 편인 거 같아요.

6시 땡 하고 문을 나서면 곧장 회사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려는 노력 같은 거요.


근데 내가 지나가게 두고, 다시 웃고 괜찮아 보인다 해서 진심으로 정말 다 괜찮은 것만은 아닐 거예요.


무례한 일을 당하거나 말을 듣게 되면 분명 마음에 쌓이고  나도 모르는 벽을 세워가고 있더라고요.

굳이 내색할 일은 아니라 표현하지 않고 이 또한 내 감정이니 저 혼자 감당하고 정리하고 말 문제라 생각해요. 먹고사는 게 힘든 건 매한가지니까요. 누구나.


*


이전에 누군가 제가 회사 생활 참 힘들고 지친다며 올렸던 일상 SNS에 메시지를 보냈어요.

별로 좋은 말은 아니라 굳이 적진 않겠지만.


전에 같이 일을 했던 사이였어요. 굳이 얼굴 붉힐 일 만들지 않았고 늘 같은 결로 친절하게 대했던 사람.

그날은 그 사람이 그렇게 한 말이 과하다 생각이 들었죠. 상처입지 않았지만.


더 이상 친구도 동료도 아닌 이가 느닷없이 던진 돌에 맞은 기분에 그때 짧지만 메시지를 보냈던 기억이 나요.


내가 일상에서 하는 노력이 잠시 힘들 뿐이고, 너에게 그런 답을 바라고 올린 게 아니라고.

여긴 내 공간이니까 그런 말 하려거나 보기 싫은 거면 차단해 주면 좋겠다고.


그리고 더 할 말이 아마도 있었겠지만 하지 않았어요.

해봐야 그 사람이 변할 것도 아니니. 그 사람에 대한 애정 또한 없기에 굳이 에너지를 쏟고 싶지도 않았죠.


난 그와 특별히 친구랄 것도, 그렇다고 동료도 아닌데 그런 말을 들으니 좀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누군가한테 차단해도 좋다고 말했던 거 같아요.


지치고 힘들다고 SNS에 징징대는 날 우습다고 속으로 백번 천 번 욕해도 나는 모르니 괜찮아요.

하지만 내게 그 속내를 드러내는 순간, 그 사람이 이 이상 나를 하찮게 여긴다는 걸 알고,

무례하게 내색하면 오히려 그 또한 내 안에서 초라할게 전락할 뿐이죠.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에게 누가 에너지를 쏟겠어요.


사회생활이든 인간관계에서든 누군가가 내게 친절하게 대한다고 해서 그 마음이 오롯이 나를 향한 친절함이라고는 생각지 말아야 하는 거 같아요. 그런 친절함은 본인을 위한 부분도 상당할 거예요, (저 또한 물론) 누군가를 마주하고 돌아서면 분명 잔향처럼 남아있는 감정의 찌꺼기들이 있어요.


그게, 다정함이 아닌 무례함이라거나, 찝찝한 기분 나쁜 그런 것들이면

그 기분은 전부 본인의 몫이 될 테니까요.


*


아무튼, 오늘도 저는요.

이렇게 저렇게 반복되지만 어느 하나 같지 않은 일상을

많은 생각을 하고 흘려보내며 무사히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름 즐겁고, 고되고, 덥석 행복하거나,

잔잔히 불행할 수도 있고, 그러다 불쑥 다시 씩씩하게 버텨요.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에는 홍매화가 벌써 피었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