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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딛우 Mar 03. 2024

안개 낀 날

너도 참 너다

얼마 전 안개가 정말 심하게 껴 길 위로 뿌옇게 차오른 날, 걸어서 출근을 하던 난, 길이며 도로를 잠식한 안개를 보며 보도블록을 세듯 느릿느릿 가고 있었다.


걷고 걷다 보면 커다란 횡단보도를 마지막으로 하나 남겨두고,저 앞으로 회사 건물이 크게 보인다.


그런데 그날은, 정말 건물이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건물을 안개가 집어삼키기라도 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눈앞에 당연히 있어야 할 건물이 정말 사라진 듯

보이지 않으니 신기하면서도 모를 간절함까지 느껴졌다.


하루 이틀 정도면 사라져도 좋겠다고.


아, 아니네.

저 건물이 아니라.

나를 좀 사라지게 해 줘도 좋겠단 생각을 한다.


별안간의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건

부쩍 불편한 것들이 수면 위로 고갤 내밀고 사라지지 않는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웃으며 잘 해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상황과 관계가 그러하듯 기어코 나를 걸고넘어지는 순간순간의 요소들은 피하려야 피할 수 없으니까.


잘 해낸다는 건 무엇일까

잘 지낸다는 건 무엇일까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이렇듯 평생을 고민하게 될까, 등등.


결국엔 영영, 시간이 지나고도 끝내 모르고 끝날 거 같아서 벌써부터 조금 바보 같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해서, 내가 나에게.

'너도 참, 너다.' 그냥 그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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