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마냥 밝기만 한 사람은 나와 결이 맞지 않는다. 나와 친해지려면 어두움이 있어야 된다. 이 어두움은 마음의 깊이를 만들어 내는데 이 깊이가 경험을 통해 생기는 게 일반적이나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깨달은 것이어도 상관없다.
아무튼 나랑 친해지려면 마냥 단순해서는 안된다.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 하면서 피상적인 말들만 늘어놓으며 재미있는 시간 보내는 건 해 줄 수 있어도 진짜 마음을 나눌 수는 없다. 나는 깊은 교류만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서로 어느 정도의 벽을 넘어 깊은 내면을 조금은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얕은 관계만 오랜 시간 해 본 경험자로서 이런 사이만 추구할 경우 공허함도 뒤따라 올 수 있음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나는 친해질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기만의 우물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평생 굴곡 없이 사는 사람이 있나? 아, 인생에 굴곡이 있어도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꽤 있는 거 같다. 그런 사람들과 나는 맞지 않는다.
내 생각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마 나를 잘 몰랐던 사람들은 놀랬을 수도, 인생을 피곤하게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이 아는 것보다 훨씬 내가 생각 많고 복잡하고 밝으면서도 어두우니깐. 이것도 그런 내가 좋으면 나를 만나면 되고 부담스럽거나 싫으면 안 만나면 된다.
나는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떠나겠다고 하면 나는 보내줄 것이다. 물론 너무 좋으면 두세 번 매달릴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이다. 너무 간절해도 네 번까지는 해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그런데 이런 적은 내 인생에서 한 명 밖에 없었다. 그러니 본인에게 그럴 거라는 기대는 접어라. 보통 한 번도 없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울고 웃는 게 행복하다. 그만큼 나는 마음의 방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과거에는 스스로 챙기기도 벅차 방 하나에 나조차도 온전히 두지 못하고 마음의 벽을 치고 살았다면 지금은 여러 사람들을 마음 곳곳에 두고 힘을 받고 행복을 느끼고 삶의 이유를 얻는다.
그래서 나도 주고 싶다. 지금 하는 나의 활동들은 당연히 나를 위해서이지만 나와 남 모두를 위할 때도 많다. 따뜻한 마음으로 하는 일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뿌듯하다. 광주시립미술관 도슨트로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건 나와 남을 위한 활동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다. 예술로 여러 사람들과 연결되는 건 정말 즐겁다.
일 년 전에 조르주 상드라는 분을 알았는데 나와 결이 비슷한 것 같다.
조르주 상드의 본명은 아망틴 오로르 뤼실 뒤팽(Amantine Lucile Aurore Dupin). 19세기 프랑스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여성의 자유와 독립, 사회적 규범에 대한 도전 정신을 문학 작품과 삶에서 드러낸 인물이다. 여러 문인, 예술가들과 교제를 했는데 대표적으로 시인 뮈세와 음악가 쇼팽이 있다. 상드는 72년 생애 동안 우정과 사랑을 나눈 사람들이 2000명이 넘는 ‘정열의 화신’이었고 ‘사랑의 여신’이었다고 한다.
조르주 상드가 생애동안 약 2천 명 정도와 교류를 했으니 욕심쟁이인 나는 3천 명? 더 열심히 재밌게 살아야겠다.
일출 2시간 후. 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