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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408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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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희 Oct 15. 2024

art

지금 나에게 ‘지희씨는 제일 좋은 게 뭐예요?’ 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곧바로 나는 ‘그림과 음악이에요.’ 라고 대답할거다. 하나만 고를 수가 없다. 오늘은 그림에 대해 이야기해 볼 건데 내가 그림을 왜 좋아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때 내 결론은 ‘예뻐서’였다.


나는 예쁜 걸 좋아한다. 나의 예쁘다는 판단은 아주 직관적이어서 2-3초 만에 나는 내 기준에 예쁜지 아닌지 느낄 수 있다. 더 솔직해지자면 나는 얼빠이기도 하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 좋아해요. 물론 인성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알게 된 순간부터 마음이 식어버리지만. 지금 제일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은 송강. 여자는 한소희. 잘생기고 예쁘고 매력 있고 천상 연예인이다.


(아빠가 맨날 말하는) 각설하고 나에게 그림은 예쁘다.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하는 구상화와 점. 선. 면 색의 조합으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추상화 중 나는 추상화를 좋아한다.


추상화는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처음에 아무런 정보 없이 그 그림을 바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내 눈에 예쁘고 안 예쁘고는 판단할 수 있다. 내 시작이 그랬으니깐. 사람도 그렇지만 그림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면 나는 더 알고 싶어 진다. 추상화는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내가 처음 좋아하게 된 유영국 작가의 그림이 있는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그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유영국도, 추상화도, 아무것도 모르는 제로 베이스의 상태였지만 그냥 그 그림이 예쁘고 좋았다. 그때부터 유영국과 그의 작업에 관심이 생겼고 궁금하니 찾아보게 되고 유영국 작가에 대해 알게 되고, 인생을 알게 되고, 그 그림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니 나는 유영국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뭐든지 처음이 너무 소중한 사람이어서 내 마음속에 정말 많은 작가분들이 들어와 있지만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유영국이라고 말할 거다. 최근 기사 인터뷰에서도 그런 질문을 받았고 나는 유영국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그림이 예뻐서 좋아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최근 내 지인과 이야기하면서 깨달았다. ‘예쁨’ 보다 나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걸.


그림은 나를 ‘치유’해 준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스스로를 괴롭힌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보통 좋은 방향보다는 반대방향으로 향하기 쉽다. 나는 이런 내 모습이 싫었다. 왜 남들 다 받아들이는 것도 혼자 그러지 못하는지. 자꾸 불만이 생기고 생각이 많아지는 건지. 왜 스스로를 괴롭히는 건지.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한테 나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한 거 같다.


나만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단순할 수 없다. 끊임없는 고뇌, 성찰, 자아비판, 좌절… 생각이 정말 많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누구나 볼 수 있는 캔버스 위에 올려놓아야한다. 추상화면 더 복잡해진다.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점. 선. 면. 색으로 나만의 것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이상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나에게 위안을 줬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도 많구나. 아니 나보다 더 생각 많고 대단하고 힘듦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하는 멋진 사람이 많구나. 이렇게 비교를 하면서 내가 다른 게 아니고, 내가 문제가 아니고, 내가 유별난 게 아니구나 라는 위로를 받았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아서 나는 앞으로 그림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다. 내 평생 친구가 될 듯.


(유영국.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2021.2 방문)


일출 12분 전.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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