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참 신기하다. 기껏 완비해놓은 제도나 법률, 정책을 기득권들이 어떻게든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도 예외가 아니다. <돈 룩 업>은 반지성주의, 족벌주의, 정경유착, 빅테크기업의 플랫폼 독점화, 가짜뉴스, 연예인 가십이 더 관심을 끄는 SNS시대를 정조준 한다. 여기서 혜성은 기후 변화, 코로나 펜데믹 또는 수많은 위협의 은유이다.
대통령은 위기보다 대법관 스캔들에 정신이 팔려있고, 아들을 비서실장에 임명하고, 재벌의 요구를 받아들여 본래 계획을 취소한다. 이 내용이 미국에만 해당할까?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라면 피해갈 수 없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했다. 정확한 워딩은 “자유라는 나무는 때때로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로 새롭게 되어야한다.”(The tree of liberty must be refreshed from time to time with the blood of patriots and tyrants.)라고 말한다. 독재자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시민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우리의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세대가 사과탄, 백골단, 남영동과 맞서 싸운 결과다. 수많은 사람들의 좌절과 실망 그리고 실패 끝에 겨우 이뤄낸 민주주의다. 우리나라, 미국, 영국, 프랑스 어디를 봐도 참여와 희생이 없이 민주주의를 이룩한 역사가 없다.
(영화로 돌아와서) 요즘 사회적 아젠다가 된 ‘공정’과 ‘상식’은 자기가 힘과 돈, 세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돈 룩 업>은 단언한다. 그래 맞다, 청동기시대이후 인류는 한 번도 평등했던 적이 없었고, 사회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사례도 극히 적다. 그에 비춰볼 때 기후변화나 코로나도 불완전하겠지만 인류의 생존에 큰 위협이 없는 선에서 봉합될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트럼프 같은 자가 대통령선거에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럼 민주주의는 왜 위기를 겪는 걸까? 왜 가짜뉴스와 사회갈등은 점점 심해지는 것일까? SNS와 유튜브, 틱톡은 직설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제공한다. 반면에 책은 본인 스스로 '사유'와 '성찰'하며 곱씹어가며 지혜를 얻는다.
영화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에서 해답을 발견한 듯싶다. 올더스 헉슬리가 그리는 디스토피아는 욕망과 말초적인 자극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오웰이 책을 금지할 자들을 두려워했다면, 올더스 헉슬리는 아무도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책을 금지할 필요조차 없어질 것을 두려워했다.
'포스트 트루스'란 대중의 여론을 형성하는데 객관적 진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믿음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향을 일컫는다.
그런 세상이 도래했다. 2022년에 정보는 도처에 널려있고 진위를 판별하기도 귀찮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인식하거나 판단내릴 수 없고, 중요한 사안이 발생해도 피상적으로 접한다. 더 큰 문제는 TV앵커, 기자, 전문가나 유명한 유튜버, 교수 같은 정보생산자조차 잘못된 정보를 인용할 위험이 산재해있다는 점이다. 정보가 과포화된 2022년에 벌어질 악순환을 <돈 룩 업>은 정확히 통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그 어떤 재난영화보다 리얼하며 무섭다.
★★★☆ (3.7/5.0)
Good : SNS시대를 정확히 통찰하다
Caution : 미국에선 매우 흔한 풍자극
●뜬금없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은 플라톤의 ‘이데아’를 패러디한 것이다. 우리 눈에 비친 현실세계는 이데아가 만든 그림자일 뿐이라는 플라톤의 가르침은 사유와 성찰이 사라진 SNS시대에 여전히 통용될 수 있다.
●요즘 내로남불하는 행태를 TV나 SNS에서 많이 목격한다. 그들은 타인에게 가혹하게 대하며 스스로에게는 관대하다. 왜 그럴까? 먼저 자기자신을 반성하거나 성철하지 않기 때문이다. 엘리트들이 이러니 청년들이 정치효능감을 못 느끼고, 정치참여를 포기한다. 그래서 해결된 일은 하나도 없다. 목 마른 사람이 샘 파는 거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국은 SNL등을 통해 이런 정치풍자가 성행하지만 우리나라는 왜 이런 것이 없을까? 국내 언론은 빽 있는 사람에게는 마이크를 들이밀지 못하고, 돈 있는 사람에게는 질문조차 못 던진다. 그러니 세계 언론 신뢰도 5년 연속 꼴지를 차지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