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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19. 2023

노량: 죽음의 바다*이순신 3부작의 최후

《露梁·2023》

《노량죽음의 바다》은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그린 전쟁 영화다.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은 〈이순신 장군 3부작〉의 완결 편이다.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이 충무공 역을 맡아 왜군을 끝까지 섬멸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김한민 감독에 따르면, 〈명량〉의 최민식은 열두 척으로 적을 물리친 용장(勇將) 이순신을, 〈한산〉의 박해일은 학익진으로 왜군을 섬멸한 지장(智將) 이순신을 연기했다면, 이번 김윤석은 백성의 고통을 가슴에 품은 현장(賢將) 이순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노량》은 어떤지 살펴보자!


 

10년간 이어진 이순신 3부작

김한민 감독은 3부작을 제작하면서 신파와 국뽕이라는 카드를 기막히게 활용한다. 〈명량〉은 가장 불리한 싸움을 역전하는 쾌감이 있었고, 〈한산〉은 학익진과 거북선이라는 볼거리가 있었고, 《노량》은 충무공의 전사(戰死)라는 비장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죽음이라는 어떻게 묘사할지가 궁금했다. 이것이 지나쳐서도 그렇다고 모자라서도 안 되는 균형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리즈와 유사하다. 이순신이 처한 불리한 형세를 강조하고 그 역경 속에서 백성과 나라를 구원하는 영웅상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 전개 패턴은 여전히 유효하다. 2시간 반이 넘는 러닝타임 중 해전이 약 100분으로 물량 공세로 시리즈를 완결시킬 요량이다. 


김한민 감독은 초반을 시마즈(백윤식)가 이끄는 왜군,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조선군, 진린(정재영) 도독이 이끄는 명의 수군이 어쩌다가 전투가 벌어지게 경위를 설명한다. 조선과 명 연합군 사이의 불협화음, 왜의 도요토미 사후의 어지러운 내부 정세, 막내아들을 잃은 이순신의 슬픔과 고뇌가 한데 어우러지지 못한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이런 외교와 정치의 영역을 다루다 보니 서사가 매끄럽지 못하다.


지루함도 잠시 해전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달리기 시작한다. 100% CG로 처리된 해전 연출은 확실히 스펙터클 했다. 게임 트레일러 같은 화면 연출이 나쁘지 않았다. 로우 앵글과 핸드핼드, 명암을 통해 이순신에게 드리워진 운명을 암시한 점도 좋았다. 특히 롱테이크로 이순신 장군이 전우들을 바라보는 대목에 이르면 저절로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전투가 100분 동안 진행되는 터라 조금 지친다.  


진짜 음향 쪽은 역대 1위로 놔도 무방할 정도로 생생했다. 음향편집과 효과음을 활용하는 것으로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대목에서는 감탄했다. 



3부작과의 비교

〈명량〉은 서사가 너무 감성적이라 관객보다 앞서 갔다. 그럼에도 워낙 극적인 역사 덕분에 영화도 덩달아 몰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산〉은 전작의 단점을 고쳤지만, 너무 드라마 파트를 줄였다.

《노량》에서 〈명량〉의 장점을 되살리려다가 단점도 함께 부활시킨 것 같았다. 음악과 영상이 관객을 앞서 비장한 분위기를 띄운다. 우리, 모두가 아는, 위인인데도 추모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감상을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관객이 뭘 할 수 있는 여지를 안 준다. 특히 에필로그는 주입식 감동이라는 철 지난 촌스러운 사족이었다. 그래도 이순신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담백하게 잘 마무리했다. 조금 더 페이스 조절에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방 씨 부인을 비롯한 도구적 인물들을 몇몇 삭제했다면 영화가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다. 



★★☆ (2.6/5.0) 


Good : 그냥 봐야죠, 이순신이니까요

Caution : 과한 설명과 주입식 감동


●크레디트 후 바로 에필로그 나와요. 시사회에서 받은 피드백으로 재편집했다고 하네요.


■백윤식의 악역 연기는 〈명량〉의 류승룡, 〈한산〉의 변요한을 압도했고, 이순신 역은 아무래도 〈명량〉의 최민식이 제일 돋보였던 것 같다. 《노량》의 김윤석에게 평면적인 역할을 준 것 같다. 다들 끝난 전쟁이라고 말리는데도 출전을 감행하는 이순신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영화를 다 봐도 모르겠다. 아들을 잃은 아비의 심정뿐이다. 난중일기에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이순신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지만 너무 이쪽만 강조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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