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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06. 2023

신 울트라맨*일본식 히어로 영화

《Shin Ultraman, 2022》

《신 울트라맨》은 슈퍼 전대 시리즈, 가면라이더 시리즈와 더불어 3대 특촬물 중 하나인 울트라 시리즈를 리부트한 작품이다. 동시에 〈신 고질라〉,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에 이은 〈신 재팬 히어로즈 유니버스〉의 3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신 울트라맨》을 즐기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히구치 신지 감독과 안노 히데아키 각본가는 이타적인 외계 영웅인 주인공이 인류의 첫 만남을 재해석하며 초보 관객이 접근하기 쉬운 에피소드 형식의 액션 어드벤처물이다. 울트라맨이 외계인이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문외한인 제가 즐길 정도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



㉠한 뿌리에서 태어난 미일 히어로 영화 

<50피트 여인의 습격(1958)>의 오마주

마블이나 DC 히어로 영화와 다르다는 느낌이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히구치와 안노는 쇼와 특찰물의 복고풍을 재현하면서 실험정신을 발휘한다. 첫째 《신 울트라맨》은 초대 〈울트라맨(1966)〉의 정신을 계승하며 특촬물 1시즌을 2시간짜리 장편영화로 압축했다. 원래 영화가 4-5시간의 촬영본을 2시간으로 압축하는 예술형식이라면 이것이 특이할 일은 아니다. 스토리텔링에서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가뿐히 지르밟는다. 일본의 특촬물도 미국의 4-50대 SF 작품에서 파생한 만큼 맥락에서 크게 어색하지 않는다. 


히어로 영화는 영지주의 신학에 근거했기에 선과 악의 대립을 포괄한다. 그러나 《신 울트라맨》도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외계인의 힘을 빌리는 인류라는 역설적인 구조로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의 클리셰를 위반한다. 극중 외계인인 울트라맨이 구조주의 철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책을 읽는 장면이 나오는 데 이것은 일종의 조크다. 레비-스트로스는 언어와 문화에 내재하는 ‘이항적 대립’을 분석함으로써 사회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발견한 인류학자이기에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에 대한 안노식 개그다. 이것은 2장에서 다룬 영화의 주제에 대한 복선이기 도 하다.


전개가 빠른 만큼 많은 부분을 울트라 시리즈의 원작 팬들의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즌 1 분량을 2시간 이내에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빛의 종족인 울트라맨이 왜 인류를 사랑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에 영화의 초점은 다른 곳에 맞춘다.


그렇게나 인간이 좋아진 것인가, 울트라맨.そ(んなに人間が好きになったのか、ウルトラマン。)

둘째, 할리우드 외계 침공물을 일본식 혹은 울트라 시리즈로 재편곡한다. 외계인 방문객을 일본 정부는 대응하고 조정하는 임무를 맡은 화위수 특설 대책실(禍威獸特設對策室) 5명의 공무원에 초점을 맞춘다.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되기에 캐릭터들은 내러티브에 종속되어 있다. 즉 캐릭터는 이야기가 전개 시키기 위한 졸에 불과하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영화는 줄거리와 테마에 집중하고 있고, 캐릭터들은 외계인 방문자들을 응대하는 일종의 외교사절이기 때문이다. 


외계인들은 인류가 결정 병기(울트라맨)을 갖게 되었을 때 은하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공감한다. 이 뚱딴지같은 메시지는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다. 일본의 재무장을 영화가 은유한 것은 일본의 대전략(국가의 정치적,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의 제반 국력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통제하는 국가전략)을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안보를 미국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패권국가가 될 수 없음을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배웠다. 일본은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되기 위해 중국 위협론을 제기한다. 오바마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은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자고 이야기했고 그것이 미중 갈등의 시초가 되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주고 그를 빌미로 아베는 재무장을 추진하여 독자적인 안보를 추진한다. 일본은 미국만 의존하지 않는 투 트랙을 취한다.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고 중국과 수산물 협상을 이어가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의해 패권국가에 도전한 것이 두 차례나 좌절되었기에 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일본 문화상품에 심상치 않게 표출된다. 


각설하고 영화는 이러한 일본인의 두려움을 반영한다. 미국 히어로 영화들이 세계의 경찰로서의 고충을 반영하듯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재무장을 염려하는 메시지는 ‘조-피’에 주목해서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과학자와 군 관계자, 정부 관료, 일반인조차 유튜브나 모니터, 핸드폰을 쳐다보면서 숨 가쁘게 해설한다. 고유명사와 전문용어는 대충 스킵 해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촬영에서 자꾸만 인간 이외의 외계인의 시점 쇼트를 활용한다. 누군가가 화수대 대원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 편집은 속도감 있게 굵직한 사건들만 처리하고 나머지 디테일을 안노식 프레젠테이션으로 보강하는 식이다. 


영화는 그러면서 중심을 잃지 않는다. 결전 병기, 가공할 위력의 무기인 울트라맨은 기술에 중독된 인간 사회를 비판한다. 영화는 끊임없이 인간 중심의 사고에 의문을 표하고, 재무장에 대한 일본인의 우려와 걱정을 자극한다. 그렇기 위해 앞서 말했듯이 모든 시각 정보들, 핸드폰, 모니터를 통해 불완전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인공도, 관료도, 화특대들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인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일본이라는 민낯을 벌거벗겨 버린다. 


히구치와 안노는 카이주와 외계인 모두에게 은하계의 침공으로만 해석되기를 거부한다. 외계인과 카이주 입장에서 우리 인류가 그들의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군에게 모든 권력을 맡겼다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어떻게 되었는지 일본인들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안노의 실험정신 

셋째, 안노의 장기는 자신이 좋아하고 영향받은 작품을 오마주 하면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일본 카이주 장르의 확고한 관습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울트라 시리즈가 거대 히어로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했지만, 큰 틀에서 카이주의 서브 장르이기 때문이다. 


안노는 아이들의 눈으로 울트라맨을 응시한다. 울트라맨이 왜 인류에 호의적인지를 표현하지 않는다. 아사미로 인해 카미나가 신지가 인류에 대한 진심을 확인할 수 있지만, 안노는 울트라맨을 금욕적인 메시아로 묘사한다. 즉 안노는 캐릭터 묘사보다 영화의 주제에 집중한 것이다. 울트라맨은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행동으로 인류를 보호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단번에 선역임을 인지할 수 있다. 안노 자신이 어릴 적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히어로가 꼭 인간적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외계인과 울트라맨의 대립은 악마적인 존재와 신적인 존재 같은 대립처럼 거창하게 다가오지만, 단번에 이해된다. 거대한 크기부터 초인적인 능력, 애니메이션 같은 비과학적인 묘사가 그들의 위대함을 시각적으로 납득시킨다. 이들의 대립하는 원인은 다른 존재 즉 인류를 이해하는 법에 서툴렀기 때문이다. 너무나 우월한 빛의 종족이라는 만화적 과장은 동심을 배려한 선택이었다. 물론 서양에서는 이민자 문제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말이다.


★★★☆ (3.7/5.0) 


Good :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일본인의 불안

Caution : 일본식 특촬물을 익스큐즈 할 수 있다면! 



■《신 울트라맨》은 나리타 토오루의 초안 즉, 츠부라야측이 수정하기 전의 원안 디자인이 가장 아름답다는 안노 히데아키의 판단으로 초기 디자인이 사용되었다. 안노가 츠부라야와 나리타의 유족을 중재해 성사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츠부라야와 나리타 의 유족의 사이는 나쁘다고 한다.


●목감기에 걸려서 좀 힘드네요. 다들 건강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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