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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09. 2024

외계+인 2부*최동훈의 아킬레스건

《Alienoid Part.2·2024》

예술가들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다른 창작물을 참조(레퍼런스) 하며 새로운 예술품으로 승화한다. 최동훈 감독은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홍콩 영화와 할리우드, 무협지에서 《외계+인》이라는 세계관을 펼친다. 1부에 2.5 별점을 줬지만, 뻔한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도전 정신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2부는 복선을 깔끔하게 회수할 뿐 아니라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처럼 2부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이야기를 완결했지만, 이 영화는 모두가 만족할 결과물은 아니다.


《외계+인 2부》를 본 소감은, 1부를 어떻게 봤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것이다. 1부는 신검 쟁탈전이고, 2부는 48분 후 폭발하는 ‘하바’을 막는 외계 침공물로 요약할 수 있다. 《외계+인 2부》은 아나크로니즘을 키우기 위해 동원한 연결고리가 부자연스럽다. 강탈과 이중의 모티브를 과하게 사용하고 있고, 편집이 속도감에 중점을 둔 나머지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기 힘들다. 나아진 점이 있다면 멀티캐스팅을 한데 모으는 인위성이 1부보다 훨씬 덜하다. 2부작을 매끄럽게 마무리했지만, 달리 말하며 관습적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스토리측면에서도 기시감이 발견된다. 신검은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험금이, 〈전우치〉에서 청동검이, 〈도둑들〉에서 태양의 눈물이 맥거핀의 연장선에 서있다. 반전도 스포일러 때문에 깊이 언급하지 않겠지만, 오인의 모티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쌍둥이 형제, 〈전우치〉에서 전생과 후생의 여인, 〈타짜〉에서 고니가 누군가의 죽음으로 정 마담과 재회하고 〈도둑들〉의 마카오 박이 변장으로 신분을 숨기고 〈암살〉의 쌍둥이 자매로 관객의 허를 찔러왔다.


이런 약점은 필모그래피에서 노출해왔다. 〈전우치〉와 〈암살〉에서 인물들의 행동들에 개연성이 떨어지고, 극의 짜임새가 허술하다는 점을 비판받아왔다. 두 영화는 훔치고 빼앗는 강탈의 모티브 외의 다른 요소들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전우치〉은 전통 설화에, 〈암살〉은 대체 역사에 기반을 뒀으나 감독은 하이스트(강탈)와 팀 업 무비에 더 관심을 뒀다. 또한 액션과 스펙터클이 팀원끼리의 작전보다 더 중요할 때 최동훈 영화는 응집력을 잃곤 했다.


둘째, 고려 파트는 홍콩 무협에서, 현대 파트는 할리우드 SF 영화에서 가져온 레퍼런스를 재구성했다. 문제는 기술적인 무성의함을 종종 노출한다는 점이다. 컴퓨터 그래픽, 프로덕션 디자인, 음향, 음악, 촬영 등에서 허술하다. 예를 들어보면, 1부 엘리베이터에서 붉은 로봇이 가드와 싸우다가 천장에 광선을 쏘고 모선으로 탈주하는 장면에서 액션의 쾌감이 발견할 수 없다. 두 개체가 치고받는 액션과 리액션 외에 둘의 대립을 해소하는 과정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데 그런 디테일이 부족하다. 즉 동선 설계, 액션 합에서 치밀하지 못하다 보니 동작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액션의 서사가 미흡하다는 뜻이다. 물론 제작진은 외계인의 움직임과 우주선의 크기 등 상상에 의존해서 작업하는 고충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분들은 최선을 다했다.

 

또 1부에서 김태리의 총격전도 시선 처리와 동작의 타이밍이 치밀하게 구성되지 않았다. 후반 작업에서 실사와 합성할 때, 디지털 스턴트와 전혀 합이 들어맞지 않을뿐더러 리듬감이 죽어버렸다. 20년 전의 〈매트릭스〉와 비교해 보면 그 격차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최동훈의 엉성한 액션 연출은 한두 번이 아니다. 서극의 〈순류역류〉에서 영감을 얻은 〈도둑들〉의 부산 아파트 와이어 액션이나 오우삼을 참조한 〈암살〉의 클라이맥스 총격전에서도 액션 연출에서 디테일이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외계+인 2부》이 참신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프로덕션 디자인과 액션에서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발견되기에 그 장점이 눈에 띄기 힘들어졌다.


2부가 1부를 구원하지 못한 이유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외계 침공물의 왕도를 따라가는 세계관은 생각보다 단순 명쾌하다. 신검 쟁탈전을 둘러싸고 2부작으로 기획했다. 1부는 세계관과 인물을 소개하고, 복선 심기로, 2부는 그 복선을 회수하고 반전으로 마무리한다. 〈신체 강탈자의 침입(1956)〉의 설정을 무협지의 비급 쟁탈전에 섞은 발상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팀 업 무비를 고집함으로써 스스로 이야기의 응집력을 분산시켰다. 속도감 있는 진행을 위해 이야기가 듬성듬성 널뛰고 그러한 편집이 인물들의 내적 고뇌가 사라지는 역효과를 낳는다. 앞서 말한 기술적 엉성함, 허술한 액션, 기시감 있는 장면이 이어지다 보니 최동훈의 참신한 상상력마저 평가절하된다. 특히 고려 파트는 주성치 같은 홍콩식 코미디가 활력을 띄지만, 현대 파트에서 이러한 코미디가 진지한 SF와 상극을 이루며 자멸한다. 이러니 아이들이 보기에는 난해하고 어른들에게는 유치하다는 평이 나올 수 밖에 없다


★★☆ (2.6/5.0)


Good : 1부의 장점은 확실하게

Caution : 1부의 단점도 그대로


●최동훈 감독은 “2부가 더 재밌다"라고 밝혔다. 그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자신 있게 추천드리지는 못하겠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한 시도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할리우드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 리뷰는 실패를 분석하자는 것이다. 충무로가 이러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때 우리나라 영화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 진심으로 믿는다.

외계+인 1부, 최동훈의 과감한 실험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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