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토리에 중간중간 다이어트 실패기를 이야기 했었다.
한약 다이어트를 포함해 무수히 많은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실패했다.
초고도비만으로 달려갈 때도, 초고도비만이 되어서도 늘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식단일기를 적었다.
지속적으로 적기는 했었는데, 데이터가 날아가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만 남아있다.
(아마 2020년 말부터 적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웬만하면 식단일기는 꾸준히 적으려고 했다.
내가 뭘 먹었는지 기록을 해야 나중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곳에서 꼭 식단일기를 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포기한 순간에도 습관처럼 식단일기는 계속 적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다.
나는 적을 당시에 내가 되게 적게 먹고, 나름 균형 있게 잘 먹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 나는 오로지 '적는 행위'에만 몰두했을 뿐, 식단에 대한 피드백이나 개선은 전혀 없었다.
오직 기록에만 집중을 했다.
핑계를 대자면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당장 바꾸지 않으면 죽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를 행동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그 당시 적기만 해도 어디야 라는 생각에 미련할 정도로 꾸준히 적기만 했다.
다이어트를 본격적으로 마음먹으면서 내 '평소 식단'이 어땠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기록해 놓았던 케케묵은 식단일기를 보게 되었다.
맙소사! 내가 살이 안 빠지고 오히려 찐 이유가 명확하게 나타나 있었다.
적을 때는 왜 몰랐는지 모르겠지만(아마 알았어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것이다.), 나의 식단 상태는 심각했다.
예를 들어, 식단일기에서 그대로 가져온 3일 치만 적어보겠다.
22/11/30 (수)
아침: 아메리카노, 물렁감 1개
점심: 흑미밥 1.5 공기, 김치, 미니돈가스+소스 6개
간식: 소금빵
저녁: 흑미밥 1.3 공기, 김치, 김, 미니돈가스+소스 8개
야식: 안성탕면 반그릇
22/02/28 (수)
아침: 소금빵, 딸기잼스콘, 멘토스 오렌지 5개
점심: 쌀밥, 단무지, 샐러드+소스, 매운 돈가스
간식: 포도봉봉, 초코파이, 빈츠 2개
저녁: 흑미밥 2 공기, 벌집삼겹살 2인분, 상추, 총각김치, 샤인머스캣 10알, 탄산수 레몬 1잔
22/04/20 (목)
아침: 초콜릿, 시리얼 초코
점심: 닭갈비덮밥, 단무지
간식: 네스퀵 초코웨이퍼, 석기시대 초콜릿, 코코팜, 공차 딸기벨벳
저녁: 고구마아몬드 샐러드, 와플과자, 크래커 6개
이 3일 치 외에도 몇 개 더 살펴보니 내 식단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간식'.
물론 간식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견과류나 토마토 같은 건강한 간식은 당연히 괜찮다.
하지만 나의 간식은 주로 음료수나 과자로 채워졌었다.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야식'.
야식도 너무 배고파서 두유 1팩, 방울토마토 1주먹 등 간단한 것이면 괜찮다.
하지만 나의 야식은 치킨, 라면 등 주로 기름진 것들이 차지했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보니 저렇게 먹고 살이 빠지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몇 번 언급했지만, 나는 그 당시 운동을 장시간 많이 했다.
기본 1시간 30분 걷고, 매번 땀을 흘리면서 운동을 했다.
하지만 먹는 게 너무 많다 보니 아무리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았다.
그 당시 내가 더 못 느꼈던 이유는 아마 '운동량에 대한 보상 심리'도 함께 있었던 것 같다.
기록 자체의 목적과, 운동에 대한 보상 심리.
이 2가지가 나의 다이어트를 몇 년 동안 흐린 눈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 다시 과거 식단일기를 보니 정말 건강하지 못한, 잘못된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렇게 오래된 식단일기를 한 번씩 보는 것도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