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역시 망각의 존재라고 하던가.
혹독한 다이어트 성공 후, 먹는 양도 줄고 체질도 변한 건지 어느 정도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았다.
아니, 사실 나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
억지로라도 내 일상생활에서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계속해서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침대에서 나와 바로 옷을 입고, 기숙사 뒤에 있는 작은 산을 가볍게 탔다.
아침 식사는 학생식당에서 꼭 챙겨 먹었고, 점심은 일반식, 저녁은 시리얼로 가볍게 먹었다.
물론 저녁 약속이나 학교 행사가 있는 날에는 나름 양껏 먹었다.
하지만 아무리 늦게 자도, 술을 마셨어도 아침 루틴은 반드시 지켰다.
거의 한 학기 내내 이 루틴을 웬만하면 실행했다.
그러다가 1학년 2학기 막바지 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
남자친구와 매일 먹으러 다니다 보니 점점 살이 붙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겨울방학 시작할 때쯤 5kg 정도 쪄있었다.
그래도 예전만큼은 살이 찌지 않아서 첫 번째나 두 번째 다이어트보다는 힘을 많이 주진 않았다.
사람은 성공한 방법으로 계속 시도한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거기에 딱 맞는 예시가 바로 나였다.
나는 성공했던 다이어트 방법으로 또 똑같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줄넘기 1000개, 1시간 걷기, 저녁 금식.
이렇게 하면 5kg 정도야 금방 빠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젊어서 그런지, 방법이 나한테 맞았던 건지 다이어트 효과는 탁월했다.
그런데 몇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분명 체중은 똑같았으나, 뭔가 몸이 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1~2번 다이어트 성공 때는 먹어도 살이 잘 안 쪘는데, 이제는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몸이 잘 붓는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옷태도 뭔가 다르고, 살이 밉게 빠진 것 같았다.
사실 이때는 예전만큼 몸을 움직이지 않았고, 다이어트에 점점 지치면서 먹는 것을 통제를 못했다.
3학년 시작 전까지 계속 5kg이 쪘다가 빠졌다 했었다.
체중이 55~60kg 왔다 갔다 했다.
학기 중엔 어김없이 5kg가 찌고, 방학에는 어김없이 5kg를 뺐다.
나는 방학 때마다 반복의 반복의 다이어트, 또다시 다이어트를 계속했다.
그러다 보니 몸에 아주 나쁜 내성이 생긴 듯했다.
이제는 같은 방법으로는 살이 안 빠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평생 살아야 되나라는 두려움이 생겼고, 이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학년 시작할 때쯤엔 5kg 안 빼고 그 상태 그대로 지냈다.
그러면서도 계속 살과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이 계속 생겼다.
마음껏 먹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일말의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다.
뭔가 내 통제력을 완전히 잃는 듯했다.
어느 날은 막 먹었다가, 어느 날은 정량으로 먹다가.. 반복의 반복의 다이어트를 계속해서 실천했다.
그러다 3학년 때는 해외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여전히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