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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과 친구들 Oct 24. 2024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데 고생을 직면하지는 않는다.

같은 고초와 역경과 꿈의 방향 그리고 직면

Dear Daniel,


오늘은 너에게라기보다는 죠셉이 폴에게 쓰면서 너의 이야기에 대답을 해보려고 해.

TMI이기는 하지만 나의 요즘 PaulnJoseph 이라고 내 안에 두 정체성이 하나로 합쳐져서 새로운 누군가로 지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 


이 편지를 쓰면서, 내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생각들을 하나하나 꺼내고 있어. 너에게 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나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르고 있어. 때로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있지만, 오늘만큼은 그 마음을 글로 풀어내보고자 해.


폴의 미들네임에 Joseph이 있죠. 조셉은 그곳에서 갖은 고생을 겪다가 극적인 기회에 파라오의 눈에 띄어 능력을 인정받고 일약 이집트의 총리로 발탁되었어요.


나의 이름이 쓰여질때 마다 나는 조셉의 이야기를 떠올려. 조셉은 형제들에 의해 이집트에 팔려가고, 오랜 시간 고난 속에서 살아야만 했지. 하지만 그 수많은 역경 속에서 그는 결국 기적처럼 파라오의 눈에 띄었고, 그의 재능을 인정받아 이집트의 총리가 되었어. 


사람들은 조셉의 화려한 성공과 반전을 주목하지만, 나는 그가 이룬 결과보다 그가 겪은 갖은 고생에 더 마음이 가. 왜냐하면, 그 ‘갖은 고생’이라는 말이 마치 내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야.


갖은 고생이란,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삶 속에서 크고 작은 고난을 겪고 있어. 나도 그랬어. 뉴욕에서, 나는 지난 10년을 버텨내며 끊임없이 노력해왔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그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애썼어. 하지만 정작 그 10년 동안 무엇을 이뤘냐고 묻는다면, 뚜렷하게 대답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야. 성공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매일의 도전과 인내가 나의 ‘갖은 고생’이었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방향을 찾으려 했고, 이제야 겨우 새로운 싹이 나오려는 듯해. 그리고 그 길이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기도 해. 그래서 나 자신에게 10년이 아니라 20년을 더 걸어갈 각오를 다짐하고 있어. 어쩌면 또 한 번의 10년이 필요할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30년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긴 여정이 끝나지 않더라도 나는 그 길을 계속 가려고 해.


사실 왜 계속 이 길을 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답은 나도 몰라. 하지만 내 마음이 결국 이 길로 돌아오는 걸 보면, 어쩌면 이 길이 내가 걸어야 할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내 마음과 눈길은 늘 이 길로 돌아오더라. 마치 어미가 새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듯, 나는 이 길에서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게 돼.


너에게 있어서 ‘갖은 고생’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에게 그 고생의 무게는 다르겠지. 그렇지만 그 고생이란 결국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사실 이 편지를 쓰는 오늘, 나는 뉴욕에 있는 한국 정부 기관들의 이벤트에서 뉴욕에 있는 로컬 친구들을 심사위원으로 구성하는 일을 하고 왔어.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 스스로에게 깊은 외로움을 느꼈어. 내가 지나치게 텐션을 올리고, 열정을 보여주려고 애썼던 건 아마도 그 내면의 외로움 때문이었을 거야. 


하지만 누군가의 채널에서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봤어. 우연히.

“당신이 지금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야”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나는 내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어.


큰 꿈을 꾸고, 누가 믿든 안 믿든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마음 깊이 간직하고,쉽지 않은 도전과 역경 속에서도 후회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큰 꿈의 기준이 뭐냐고 한다면 그건 꿈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흔들릴거야. 그리고 매번 후회될꺼야.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으로 내 몸이 틀어 지는 것을 발견할꺼야. 그게 내 몸에 맞는 큰 꿈이야.


사실, 그래서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어. 마치 신병처럼.

벗어나려고 해도 안 생각하려고 해도 결국에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결국 결론은 괴로워. 그런데 계속 포기되려고 하는 그 순간이 몇번이고 반복되는데 그 방향으로 몸과 눈과 마음이 틀어져 있는 것으로 오랜 시간을 가는 것.


큰 꿈이란 단순히 화려한 결과가 아니라, 그 꿈을 향한 확고한 방향성이라고 믿어. 우리는 흔들리고, 후회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방향으로 몸과 마음을 돌리는 순간이 계속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꿈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어쩌면 그걸 개인사의 나선형의 발전일수도.



폴과 죠셉을 알고 있는 Daniel, 


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것을 믿는 편인데, 넌 십몇 년 전에 글을 쓰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 줄곧 너의 꿈이 글쓰기라고 알고 있어.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너의 꿈을 다시 이야기해 줘.


너도 너만의 고생과 꿈이 있겠지. 우리의 삶은 때로 버겁고, 때로는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 길을 포기하지 말고 묵묵히 걸어가기를 바란다. 


나도 내 길을 계속 걸어가고, 그 끝에서 너와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Lover never fails,

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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