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인문학
우리는 종종 지금 이 순간의 느낌에 온 마음이 쏠리곤 합니다.
방금 들은 말 한마디, 스쳐 지나간 바람의 온도에 마음이 일렁이는 것은 참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사소한 순간의 마음들이 모여 '어제의 나'를 이루고, 그 발자국들이 켜켜이 쌓여 '나의 길'이 되는 것을 생각합니다. '데이터'라는 것이 거창한 게 아니라, 결국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무늬일 테지요.
수시로 변하는 제 기분은, 이제 그저 '나에게 온 신호'로 바라보려 합니다. 예전에는 그 신호에 화답하듯 섣불리 무언가를 표현하거나 행동하려 애썼지만, 이젠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감정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온전히 돌보고 다독이는 것은 결국 제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중한 마음을 타인에게 무작정 공감해 달라고 내밀 때, 우리는 상처받기 쉽습니다. 사람마다 마음의 결이 다르고, 그들 역시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내가 오늘 붉은 옷을 입었다고 해서, 세상 모두가 붉은빛으로 물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내가 파란 슬픔에 잠겼다고 해서, 모두가 함께 파란 깃발을 흔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그저 '아, 지금 내 마음이 붉구나', '내 마음에 파란 비가 오는구나' 하고 스스로 알아주는 것.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내 마음을 가만히 안아줄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의 다른 빛깔도, 세상의 다채로운 무늬도 한 걸음 물러서서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시야가 생기는 듯합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오늘을 또 그렇게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2025년 늦가을의 추억을 남기길 소망합니다.
© 2025. Digitalian.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