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쓴다,
마당풍경 또박또박 종이에 담는다.
주황색 메리골드며 때늦은 봉숭아며
둥그런 보라색 산부추며 벌개미취며
노랗게 옷입은 배하며 장미꽃들하며
가을물 든 대추나무며 자작나무하며
하얀 종이 위에 가을 풍경 알록달록 물들으면
반듯하게 한 번 두 번 접어
요거트 뚜껑 혀로 핥듯 우표도 그렇게 핥아 붙이고선
붉은 내 마음도
편지에 담겼을까 조심스레
봉투를 여민다.
편지 한 통,
아름다운 사람에게
하얀 종이 위에 속색이듯 내 마음도 끼워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