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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작가 Nov 30. 2021

화내는 엄마(+육아에 우아함이란 없다.)

육아라는게 참 어렵습니다. 잘 해주려고 하면 버릇나빠지는 것 같고, 엄하게 키운다고 하면 애 기를 죽이는 것 같고 어느하나 쉽지가 않죠. 그도 그럴것이 세상 모든 아이가 똑같지 않으니 육아법도 정해진 것이 없는거겠죠. 신이 바빠서 대신 보낸게 엄마라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엄마라는 사람은 신 처럼 너그럽지도 않고, 참을성도 없습니다. 예쁜 목소리로 전화를 받다가도 끊고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화 내는 모습을 보면 어째 혼내려고 나를 낳았나 싶은 생각도 들겁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렇게 무서웠던 엄마가 밤에는 아이를 끌어안고 그렇게나 숨죽여 울더라구요. 저도 그랬고, 저희 엄마도 그랬어요.




하루는 학교에서 앞치마를 준비해오라던 적이 있었습니다. 혼자 저를 키우던 엄마는 직장일이 바빠 제 준비물을 깜빡했던 거에요. 저녁에 집에 있는 엄마 앞치마를 살짝 접어서 그냥 하고 가면 안되냐고 했는데 그걸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쪽팔리고 서럽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데 엄마 앞에서 입을 삐죽 내밀고 오만상 짜증을 냈지 뭐에요.



하루 종일 힘들었을 엄마는 그 순간 분노가 폭발했어요. 그리고 손에 잡히는 빗자루로 제 종아리를 마구 후드러 팼죠. 저는 사실 별 생각은 없었고, '아 그냥 저 앞치마 메고 갈껄 괜히 투덜대서 맞기만 하네 ' 그랬어요. 그러고 잠들었는데 잠결에 누가 제 다리를 만지는 기분이 들어서 살짝 가재미 눈을 하고 치켜떴드랬죠. 그런데 그 무서웠던 엄마가 제 다리에 연고를 바르면서 울고 있는게 아니겠어요?다음날 아침 제 머리맡에는 예쁜 앞치마가 곱게 개어져 있었구요.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엄마가 좀 많이 무섭고 엄한 편이였는데 우는 모습을 보니까 말이에요. 원래도 입 댈게 없다고 할 정도로 얌전한 아이였지만, 그 뒤로는 더 엄마 눈치를 보고 말을 잘 들었던 것 같아요. 나 때문에 누군가 우는게 그리 유쾌한일은 아니니까요.





엄마가 내 마음을 더 알아준다면
사랑한다고 많이 말해준다면
상냥하게 대해준다면 정말 좋겠다
하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흘러 제가 엄마가 되었죠? 저는 어떤 엄마냐구요? 우리 엄마 저리가라 할 정도로 화나면 무서운 엄마가 되었어요.


어이가...없네?



첫 아이를 키울때 가정형편이 좀 많이 어려워서 정말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냈거든요. 잘 살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이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선 안 되는데 그 힘듬의 화살이 아이에게 향하더라구요.



하루는 일하는데 자꾸 방해를 하는 바람에 제가 머리 끝까지 화가 났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차 핸들을 쾅쾅 치며 화를 냈어요. 아이를 때릴 순 없으니까요. 그리고 속에 있는 모든 화를 쏟아내고 나니까 애 한테 내가 무슨 미친짓을 한 거지 싶더라구요.



그 날밤은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우리 엄마가 빗자루로 절 때린 그날 밤처럼요..)



그리고 다짐했죠. 무서운 엄마가 되지 말자, 언제든 아이가 나에게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어주자 하고요. 그리고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야하는데..



미안하게 됐수다..이거 어렵네요



동화의 마지막 장 처럼 공주와 왕자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하고 끝내야 하는데 현실은 동화가 아니잖아요. (왕자와 공주도 아마 그 후에 지지고 볶고 싸웠을거에요..)



그 뒤로도 저는 가끔은 화를 주체 못 하고 분노를 쏟아내기도 하고 또 다시 상냥하고 친절한 엄마가 되었다가, 또 어느날은 씅질내는 엄마가 되는 반복이었어요. 



뭐 이정도면 이중인격자죠.



그런 이중인격자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이었어요. 그냥 평소와 다름 없는데 갑자기 깨달음이 오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정말 문득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아이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가 화를 내고 싶어서였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어요.


(그 때 제가 아들러 심리육아에 빠져있을 때라 이걸 깨달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는 항상 우리 애가 다른 아이보다 유별나고, 정신없고, 산만해서 라고만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문제의 중심을 나로 돌리니까 관점이 달리 보이더라구요.


어쨌든 그 뒤로 화가 날 때 먼저 소리지르고 반응하면 안되겟다 하고 하는 것들이있었습니다.




화가 나면, 숨 딱 참고 이렇게 하자.


첫째. 아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먼저 경청한다.


보통은 이거 왜그랫어? 너 잘못했어 안했어? 하고 질문을 했으면 들어야 하는데 어 너 말이야 하고 혼자 질문하고 답하고 틈을 안 주잖아요. 그래서 먼저 아이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들어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둘째. 어떤 감정이든 무조건 인정해주자.


평소대로라면 야 그건 좀 아닌거 같아, 너 왜 짜증을 내는거야, 너 억지로 하라그랬어? 그게 귀찮은거야? 하고 다다다다 쏘아 부치기 일쑤였는데,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더라도 일단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려주자 했어요.



셋째. 선택권은 아이에게


그리고 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아이가 결정하게 했습니다. 원래는 너 이게 이러니까 이렇게 해! 하고 끝이 나야 하는데 말이에요. 넌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하고 물어봐줍니다.



넷째. 어떤 대답을 하든 무조건 수긍


어떻게 하면 좋겠니? 하고 물어봤을 때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안나올 확률이 99프로에요 그럼 한마디 더 입을 대고 싶잖아요 그럴때 그 주둥아리를 있는 힘껏 닫고 있으세요. 저희 아이는 숙제가 실컷 남았는데 일단은 쉬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구요. 진짜 할말이 많은데 썩은 표정을 웃음으로 감추고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하고 했죠. 그런데 잠깐 쉬던 아이가 조금있다 진짜 자기 할일을 하더라구요. 스스로 결정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거겠죠?




바람잘날 없는 인생이 어디 있고, 사연없는 집이 어디있을까요. 그렇게 지지고 볶고 화내고 싸우는게 그냥 엄마와 아이의 자연스러운 일상이더라구요.



예쁘고 우아한 육아를 하고 싶다구요? 그런 생각은 일찌감치 개나줘버리세요


육아에 우아함이란 없다.



인생은 원래가 지지고 볶고 힘들었다가 좋았다가 하는건데, 육아라고 다를게 있을까요? 아이를 통해 하나의 또 다른 우주를 만드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원래 그런거에요.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 똑같더라구요. 좌충우돌 넘어지고 일어서면서 아이와의 우주를 만들어가면 됩니다. 답이 없는 문제인데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 괜찮습니다. 화내는 엄마라도, 밤에 몰래 흐느껴 우는 엄마라도 괜찮아요. 내일 되면 다시 아이를 향해 웃을 수 있는게 엄마니까요.






저는 아이를 키우며 이 말을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어요.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니 탓이 아니야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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